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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에는 독침, 입으로는 안보강연 (일)

Posted September. 21, 2011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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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지령을 받고 고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의 측근과 국내보수단체 대표를 상대로 테러를 기도하다 국가정보원에 붙잡힌 탈북자 안모 씨(54)가 국내에서 장기간 안보강사로 활동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20일 공안당국에 따르면 1996년 국내에 들어온 안 씨는 성은 그대로 두고 이름만 바꾼 뒤 K공단에 취직했다. 안 씨는 K공단에서 일을 하면서도 틈틈이 시간을 내 6년여 동안 대학과 군부대를 다니며 대학생과 군인 예비군 등을 상대로 안보강연을 했다. 강연은 대개 북한 체제의 폐쇄성과 인권 탄압 실상을 알리고 한반도 안보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내용으로 짜여 있지만 안 씨가 구체적으로 어떤 강연을 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군은 고학력자거나 군인 출신인 탈북자들을 안보강사로 선발해 강연을 맡기고 있다.

탈북자로 위장해 군 장교들과 친분을 쌓은 뒤 군사기밀을 빼내 북에 넘긴 혐의로 2008년 10월 징역 5년형이 확정돼 복역 중인 여간첩 원정화 씨(37)는 군 장병에게 50여 차례 이상 안보강연을 하며 북한 체제를 찬양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따라 공안당국은 안 씨가 겉으로는 안보강연을 하는 척하며 실제로는 북한 체제를 찬양하는 강연을 하지는 않았는지 조사 하고 있다.

안 씨는 2000년대 초 K공단에서 퇴직한 후 중국에서 김치와 고추장 사업을 하다가 최근 2, 3년간 몽골에서 막걸리 사업을 했다고 주변에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안 씨는 15년간 국내에 머무르면서 30여 차례 이상 중국 몽골 일본 등지를 방문했다. 공안당국은 일단 안 씨가 이 과정에서 북의 지령을 받고 독침 1개와 독총 2자루를 갖고 들어온 것으로 보고 있다. 물론 안 씨가 원 씨처럼 처음부터 탈북자로 위장해 남파된 간첩이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서울 강서구의 한 고시원에 살던 안 씨는 자신의 주소를 화곡동에서 노래방을 운영하던 A 씨(여) 아파트로 옮기기도 했다. 공안당국 관계자는 안 씨가 자신의 신원 및 주거지를 좀 더 확실히 주변에 보이기 위해 A 씨 집으로 전입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안 씨는 이후 경기 성남시로 주소를 다시 옮겼다. 당초 40대인 것으로 알려진 안 씨의 나이는 54세인 것으로 확인됐다.

안 씨는 황 전 비서의 망명 동지였던 김덕홍 전 북한 여광무역연합총회사 총사장을 상대로 독극물 테러를, 자유북한운동연합 박상학 대표를 상대로는 독침 테러를 기도한 혐의(국가보안법의 목적 수행 및 특수잠입특수탈출 등)로 6일 구속됐다. 국정원은 구속 기한이 끝나는 26일 전 사건을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부장 이상호)로 송치할 예정이다.



유성열 ry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