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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과 싸우는 금형기술, 중기에 맡기기가 (일)

아이폰과 싸우는 금형기술, 중기에 맡기기가 (일)

Posted July. 26, 2011 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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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이 잘나가는 건 일단 디자인이 예뻐서 아닙니까. 아이폰처럼 매끈한 제품을 뽑아낼 금형기술이 없으면 이젠 글로벌 시장에서 명함도 못 내밀어요.

동반성장위원회가 금형() 분야 일부를 중소기업 적합품목으로 지정하려는 움직임에 대해 삼성전자 관계자는 25일 이렇게 말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그동안 외부 협력업체에 맡겼던 금형을 최근 회사 내로 끌어들이고 적극적으로 투자했다. 자금과 기술력이 부족한 중소 금형업체에만 의존해서는 아이폰 같은 훌륭한 디자인의 상품을 내놓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애플도 대부분의 부품을 외부 업체에 위탁생산하지만 금형만큼은 사내에 전문 개발인력을 두고 깊숙하게 참여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0월 광주 첨단산업단지에 1400억 원을 들여 정밀금형개발센터를 세웠다. LG전자도 올해 말 가동을 목표로 경기 평택시에 자체 금형공장을 짓고 있다.

중소기업 살리려다

정부가 중소기업계의 요청을 받아들여 금형을 중기 적합품목으로 정하면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이 분야에 더 투자하기 어려워 제품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한계에 부닥칠 것으로 예상된다.

전국경제인연합회를 비롯한 재계는 중기 적합품목업종 제도가 2006년 폐지된 고유업종 제도처럼 해당 분야의 중소기업에 결과적으로 독()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정부가 대기업의 진입을 막아 사업영역을 보장받은 중소기업들이 연구개발(R&D) 투자를 게을리하면 외국기업에 시장을 빼앗길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2000년 당시 786개 업체에 5643명이 종사했던 대표적 중소기업 고유업종인 안경테 제조업은 7년 뒤인 2007년에는 53.8%인 423개 업체만 살아남았고 3321명(58.9%)이 일자리를 잃었다. 같은 기간 안경테 수입액이 3956만 달러에서 6566만 달러로 늘어난 데서 알 수 있듯이 국내 업체의 몫이던 중저가 안경테 시장이 더 값싼 중국산에 빠르게 잠식당하며 영세업체들이 속수무책으로 문을 닫은 것이다.

글로벌 경쟁에도 정부는 대기업 옥죄기

외국기업이 어부지리하는 상황을 막으려면 정부가 중기 적합품목업종 선정에 신중해야 한다고 재계는 주장한다. 가령 중소기업들이 적합품목으로 지정해 달라고 한 디지털 도어록은 삼성그룹 계열인 서울통신기술과 스웨덴에 본사를 둔 다국적 기업 아블로이가 다투고 있다. 연간 6조 원의 매출을 올리는 아블로이는 2007년 9월 게이트맨이라는 상표로 잘 알려진 국내 업체 아이레보를 인수한 회사다. 디지털 도어록이 중기 적합품목으로 지정되면 규제대상이 아닌 아블로이는 힘들이지 않고 국내 시장을 싹쓸이할 수 있게 된다.

재계는 대기업에 대한 정부의 인식에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주문한다. 국경도, 업종의 구분도 사라져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글로벌 경쟁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에 국내 기업끼리의 경쟁은 무의미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는 대중소기업 상생, 물가안정 등 다양한 목표를 내걸 때마다 대기업을 쥐어짜야 할 대상으로 보고 있다는 게 이들의 시각이다.

특히 대기업 때리기가 중소기업 육성으로 이어지지 않고, 외국기업의 국내시장 약진을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가 많다. 경제전문가들은 정부가 중소기업을 위해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은 연구개발(R&D)투자와 해외시장 개척 지원 등을 통해 국제경쟁력을 키워주는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전성철 daw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