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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고속철과 지역통합

Posted April. 14, 2004 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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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도쿄()역에서 고속철도 신칸센()을 타면 2시간38분 뒤 신오사카()역에 닿는다. 한국고속철도 KTX가 서울부산을 2시간40분에 주파하는 것과 비슷한 시간이다. 신칸센 주행거리가 552km로 서울부산(약 420km)보다 먼 점을 감안하면 평균 속도에서는 신칸센이 한 수 위인 셈이다. 운행의 질에서도 아직은 KTX가 못 미친다. 신칸센은 지진과 같은 천재지변이 아닌 한 열차가 지연되는 일이 거의 없다. 그 대신 요금은 신칸센이 1만4050엔(약 14만원편도 일반실 기준)으로 한국(4만5000원)보다 3배가량 비싸다.

신칸센은 올해가 개통 40주년이다. 도쿄올림픽이 열린 1964년 세계 최초의 고속철도가 도쿄오사카를 시속 200km로 달린 이래 일본 전역이 거미줄처럼 연결됐다. 매일 아침 출근시간대에 도쿄역의 신칸센 플랫폼은 회사원들로 붐빈다. 열차 안에서 도시락으로 점심식사를 해결하고 오후에 업무를 본 뒤 밤 열차로 돌아가는 당일 출장은 기업체의 업무 패턴으로 정착됐다. 도요타 마쓰시타 산요 등 오사카 나고야 등지에서 창업한 대기업들이 본사를 도쿄로 옮기지 않고 지방 기업을 자처하는 것도 신칸센이 있기에 가능한 현상이다.

한국 고속철 입찰에서는 민족감정이 고려돼 신칸센이 일찌감치 탈락하고 프랑스 테제베(TGV)가 선정됐다. 일본 업계는 지형 특성만 놓고 보면 한국에도 신칸센이 적격인데 역사문제에 걸려 실력 발휘 기회를 놓쳤다며 아쉬워한다. 일본은 중국 베이징()상하이()간 고속철 계약을 따내려 민관() 합동으로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중국의 환심을 사기 위해 핵심 기술 이전까지 약속했지만 중-일 관계 악화로 낙담하는 표정이 역력하다.

15일 총선은 고속철이 개통된 뒤 처음 치러지는 선거다. 고속철의 순기능으로는 경제에 미치는 파급 효과가 꼽히지만 전국을 1일생활권으로 묶어 지역통합에 기여하는 역할도 결코 작지 않다. 이번 선거에서 고속철은 수십 년간 쌓여 온 지역감정의 두꺼운 벽을 조금이나마 허물 수 있을까. 아니면 개통한 지 보름밖에 안 됐으니 임무 달성은 다음 선거로 미뤄야 할까. 고속철아, 힘차게 달려라.

박 원 재 도쿄특파원 parkw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