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제 전주지법에서 열린 국민참여재판(참여재판)에서 지난해 대통령선거 때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를 허위 사실로 비방한 혐의로 기소된 시인 안도현 씨에 대해 배심원 8명이 전원일치로 무죄 평결을 내렸다. 안 씨는 당시 문재인 민주당 대선후보의 공동선대위원장이었다. 재판부(재판장 은택)는 원칙적으로 변론이 종결된 날 선고를 해야 하는데도 “평결과 견해가 다르다”며 선고를 다음 달 7일로 연기했다. 재판부가 배심원 평결에 당혹감을 표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평결은 참여재판이 선거범죄를 다루고, 그것도 투표의 경향성이 뚜렷한 곳일 경우 재판의 공정성에 의문을 제기하게 만든다. 배심원은 지방법원 관할 지역의 만 20세 이상 주민 중에서 뽑는다. 문 후보는 대선 때 전주 지역에서 86.25%의 압도적 지지를 받았다. 통계적으로 이런 지역의 배심원들은 문 후보 측의 안 씨에게 동정적일 가능성이 높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는 이견이 있어도 주장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배심원 구성은 배심제가 발달한 미국에서도 종종 문제를 일으킨다. 1992년 로스앤젤레스 폭동의 발단이 됐던 로드니 킹 사건은 흑인인 로드니 킹을 집단 구타한 백인 경찰관들에게 백인 중심의 배심원들이 무죄 평결을 내린 데서 비롯됐다. 안 씨에 대한 평결도 지역에 따라 상반된 결과가 나올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법은 어디서나 똑같이 적용돼야 한다는 법 감정에 어긋난다. 배심 평결은 권고적 효력만 갖고 있다. 재판부는 전원일치 평결이 주는 압박에서 벗어나 헌법과 법률에 따라 안 씨의 유무죄를 판단해야 한다.
24일 주진우 김어준 씨 무죄 평결에 이어 이번 평결도 상식과 맞지 않는다는 말을 듣는 이유를 따져봐야 한다. 두 사건 모두 선거범죄다. 지역에 따라 정치 성향의 차이가 큰 한국에서 선거범죄에 참여재판을 적용하는 것은 적절치 않아 보인다. 그동안 참여재판 확대를 서둘러온 양승태 대법원장은 대법원 차원의 재발 방지책과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