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예술영화의 거장 베리만을 공부하는 사람들
스웨덴을 넘어 현대 예술영화를 대표하는 잉마르 베리만은 ‘감독들의 감독’ 으로 불린다. 박찬욱 전규환 감독 등 한국 감독들도 영화에 그에 대한 오마주(존경)를 담았다. 1960년 한 영화 촬영현장에서의 베리만 감독. 백두대간 제공
잉마르 베리만 감독(1918∼2007) 얘기다. 영화 60여 편을 남긴 베리만 감독은 영화가 철학적 사유의 매체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 ‘스크린의 형이상학자’. 하지만 난해함 탓인지 국내 영화학계에서 베리만은 미답의 영역이다.
포럼 멤버들은 올해까지 잉마르 베리만 공부를 끝내고 앞으로 빔 벤더스,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크시슈토프 키에슬로프스키 감독을 공부할 계획이다.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
이들이 베리만에 매료된 이유는 그의 영화에 현대사회를 통찰하고 미래의 대안을 모색할 인문학과 예술의 코드들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이병창 교수는 베리만 영화에서 모더니즘과 포스트모더니즘을 극복할 실존주의를 발견했다.
“영화 속 주인공들은 하이데거의 실존 철학이나 카뮈의 ‘페스트’ 속 인물을 상기시킵니다. 신자유주의 속에서 개인의 삶은 피폐화하고 있죠. 최근 들뢰즈와 지제크가 인기를 끄는 것도 포스트모던의 한계를 넘어서려는 시도 때문입니다. 생의 의지를 강조한 1960, 70년대 실존 철학이 지금 유효하다고 봅니다.”
임상심리학자인 박영숙 교수는 “‘가을 소나타’(1978년), ‘페르소나’(1966년) 등에서 반복되는 소재는 사랑의 결핍과 치유다. 베리만은 솔직하게 자신의 상처를 응시하고 영화 속에서 해결책을 모색한다. 이런 예술적인 승화는 현대인의 심리적 상처 치유에 실마리를 준다”고 했다.
강익모 서울디지털대 엔터테인먼트경영학부 교수(영화평론가)는 영화학도들에게 베리만을 더 알리고 싶다고 했다. “박찬욱 감독의 복수 3부작을 비롯해 현대 영화는 베리만의 틀 안에 있습니다. 베리만은 파면 팔수록 새로운 것이 나오죠. 그만큼 심오한 현대 영화의 텍스트는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