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보다 12배 힘… 총알투구-장외홈런 가능
야구하는 고릴라?
○ 커다란 덩치와 달리기 실력…신체조건은 완벽
고릴라는 영장류 중 가장 덩치가 큰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어깨와 허리를 구부정하게 굽히고 있는 고릴라의 평균 골격 높이는 수컷을 기준으로 170cm 정도. 특히 등허리부터 하체가 흰 고릴라는 무리 중 우두머리인 ‘실버백’으로 골격 높이는 180cm, 몸무게는 230kg에 이른다. 야구 선수들의 키가 180cm 전후라는 것을 고려하면 고릴라의 덩치는 야구하기에 적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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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거리 타자와 강속구 투수에 적합한 고릴라
유인원의 상체 근력에 관한 연구들을 보면, 사람과 비교해 침팬지는 4∼7배, 오랑우탄은 5∼8배나 힘이 더 세고, 고릴라는 무려 12배나 강하다. 또 고릴라는 ‘긴’ 팔을 갖고 있다. 고릴라의 팔과 다리 길이 비율을 재면 115로 나무에서 생활하는 오랑우탄(수족비율 140) 다음으로 길다. 사람의 수족비율은 80에 불과하다. 팔이 길수록 힘이 가해지는 시간이 길어져 힘이 많이 실린다. 고릴라는 장거리 타자로서 좋은 체형을 갖고 있다는 말이다.
투수로는 어떨까. 상체 근력이 좋은 만큼 강속구 투수로 손색이 없다. 사람이 야구공을 던질 때 드는 힘은 약 1.5마력(1마력은 약 0.75kW)인데, 힘이 12배나 센 고릴라는 그만큼 더 강한 힘으로 빠른 공을 던질 수 있다.
그러나 고릴라 투수의 약점은 ‘손가락’. 고릴라는 무거운 몸을 지탱하며 바닥을 편하게 걸을 수 있도록 손가락이 짧고, 손바닥이 넓다. 타자의 눈앞에서 옆으로 휘거나 갑자기 뚝 떨어지는 변화구를 던지기 위해서는 손가락으로 공을 감아쥐고 분당 1500회가 넘는 회전을 줘야 한다. 그런데 고릴라의 짧은 손가락은 변화구를 던지기에는 역부족이다. 빠른 직구로 승부하는 투수일 수밖에 없다.
○ 감독의 작전 읽을 수는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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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코뿐만 아니라 고릴라는 여러 가지 방법으로 의사소통을 한다. 자세와 표정을 이용하고, 소리로 의사를 분명하게 전달하고, 상대의 감정을 읽기도 한다. 야구 규칙을 잘 모르더라도, 충분한 훈련이 있다면 더그아웃에서 보내는 신호로 야구 경기를 할 수 있다는 말이다.
과학동아 8월호는 야구하는 고릴라의 생태학적 특징을 분석한 최강홈런왕 ‘미스터고’ 외에 다양한 바이러스의 정체와 인류의 관계를 다룬 특집 기사 ‘바이러스의 인간사육’, 워터파크의 물리학 등 흥미로운 과학 이슈를 다뤘다.
오가희 동아사이언스 기자 sole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