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中 권력지도 흔들 세기의 재판 하루만에 종결
중국 안후이(安徽) 성 허페이(合肥) 시 중급인민법원에서 9일 열린 보시라이(薄熙來) 전 충칭(重慶) 시 서기의 부인 구카이라이(谷開來) 씨 재판이 하루 만에 끝났다. 구 씨 사건은 중국 고위 지도자 가족과 관련돼 있을뿐더러 살인과 배신, 망명 등 극적 요소가 많아 관심이 매우 높다. 무엇보다 올가을 중국 최고 지도부의 권력 교체에도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어서 중국 국내는 물론이고 세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관영 신화(新華)통신은 이날 구 씨와 함께 기소된 보 전 서기 집안의 집사 격인 장샤오쥔(張曉軍) 씨에 대한 재판이 열렸다고 보도했다. 법원은 “판결이 언제 나올지는 말할 수 없다”며 “구 씨가 조사에 협력한 점이 참작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재판에서 사건의 전모가 공개됐다. 구 씨는 지난해 영국인 사업가 닐 헤이우드 씨가 자신의 아들 보과과(薄瓜瓜)를 위협할 것으로 우려해 헤이우드 씨를 살해하기로 결심했다. 구 씨는 장 씨를 베이징에 보내 헤이우드 씨를 충칭까지 유인했다. 구 씨는 2011년 11월 13일 밤 충칭의 고급 호텔에서 헤이우드 씨가 취할 때까지 함께 술을 마셨다. 헤이우드 씨가 구토한 뒤 물을 마시려 할 때 구 씨는 미리 준비하라고 시킨 독약을 장 씨에게서 넘겨받아 직접 헤이우드 씨의 입에 넣어 살해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구 씨가 주범, 장 씨가 종범이라고 밝혔다. 중국중앙(CC)TV는 이 재판을 보도하면서 흰색 블라우스에 검은색 양장을 입고 다소 살이 찐 구 씨의 모습을 비추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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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 하루 전날인 8일 법원 앞에서 ‘마오주의자’ 10여 명이 보 전 서기를 지지하는 시위를 벌였다. 9일에도 여성 몇 명이 공안에 끌려갔지만 별다른 충돌은 없었다.
보 전 서기와 구 씨의 아들로 미국 하버드대에 유학 중인 보과과 씨는 미국 CNN방송에 e메일을 보내 자신이 헤이우드 씨 살해의 동기로 작용했다는 소문과 관련한 진술서를 어머니의 변론팀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구 씨 재판이 ‘경제 문제’는 제외한 채 살인 혐의로만 진행되는 것은 보 전 서기를 개입시키지 않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부정부패 문제까지 함께 심리하면 외화 도피 등의 의혹을 받아 온 보 전 서기가 얽힐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다. 그러면 중국 지도부의 부패를 척결하라는 여론으로 번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구 씨는 과거 법정에 섰던 많은 중국 최고위급 관리들처럼 사형을 선고받은 뒤 감형을 받는 수순을 밟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한편 금융전문 국선 변호사들이 구 씨의 변론을 맡는 것에 대해 가족들은 공정한 재판을 받을 수 없다고 항의했다. 구 씨를 비호한 혐의로 기소된 전직 충칭 시 공안 간부 4명에 대한 재판은 10일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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