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스 스터디: 현대카드·캐피탈 해외 차입시장 개척
DBR 그래픽
현대캐피탈이 1996년 할부금융업을 시작하고 현대카드가 2001년 시장에 진입한 이래 현대카드·캐피탈의 성장 과정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문구다. 이 회사는 이 광고 카피대로 업계의 기존 상식을 파괴하고 새로운 표준을 창출하기 위해 노력했다. 고객 맞춤형 알파벳카드 시리즈, VVIP카드 서비스, 슈퍼스타 콘서트 등이 대표 사례다. 특히 업계 최초로 미국과 일본 유럽 등에서 채권 발행에 성공하는 등 자금 조달 역량도 구축했다. DBR(동아비즈니스리뷰) 92호(2011년 11월 1일자)는 서울대 CFO전략과정과 공동으로 현대카드·캐피탈의 해외 차입시장 개척 사례를 심층 분석했다. 다음은 내용 요약.
○ 해외 차입 추진과 일본에서의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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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도전 무대는 일본(사무라이본드 시장)이었다. 채권시장의 규모가 국내보다 클 뿐만 아니라 자동차산업의 발달로 자동차 금융사에 대한 우호적 분위기가 형성됐고 발행 절차 및 규제 환경이 한국과 가장 유사했기 때문이다. 또 소수의 대형 투자자들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어 주요 타깃 투자자 중심으로 역량과 노력을 집중할 수 있었다. 그러나 시작부터 큰 도전에 직면했다. 채권 발행을 위한 주간사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10여 개의 주요 IB들에 제안요청서(RFP)를 보냈으나 단 1개사만이 단독으로 입찰에 응하는 ‘굴욕’을 당한 것이다. 현대카드·캐피탈 최고재무책임자(CFO)인 이주혁 전무는 “대다수 금융회사가 적자를 내고 있던 상황 속에서 현대카드·캐피탈이 자금 조달에 실패할 것으로 판단하고 입찰에 응하지 않았다”며 “즉시 팀을 구성해 밤낮을 가리지 않고 투자자를 설득하기 위한 논리를 만드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었다”고 회상했다.
성공적인 해외 차입을 위해서는 적절한 ‘신용등급’을 획득해야 한다. 신용등급이 일정 수준 이하인 위험한 회사라면 아무도 채권에 투자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신용등급은 이자율 산정의 근거가 됨과 동시에 딜(deal) 자체의 성공과 실패를 결정하기도 한다. 그런데 현대카드·캐피탈의 재무제표는 채권발행 직전인 2002년부터 2004년까지 3년간 막대한 손실을 기록하고 있었기 때문에 객관적으로 보면 좋은 신용등급을 받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단순히 재무제표 자체가 아닌 미래의 비전과 사업목표를 제시하며 끈질기게 투자자를 설득했다. 특히 모회사인 현대·기아차의 역량을 활용할 수 있는 자동차금융 등 주력사업 분야에서 큰 성과를 낼 수 있다는 점을 집중 설득한 결과 일본 대표 신용평가사인 JCR로부터 한국의 국가신용등급(A0)보다 불과 한 단계 낮은 A― 등급을 받는 성과를 이뤄냈다.
이후 소수 대규모 연기금 운용기관을 대상으로 한 집중적인 IR 활동을 통해 현대카드·캐피탈은 2005년 3월 국내 여신전문사 최초로 해외 채권 발행에 성공했다. 440억 엔 규모였다. 일본의 경제지 닛케이위클리는 현대카드·캐피탈의 채권 발행 성공을 ‘2005년 일본 베스트 딜’로 선정했다.
현대카드·캐피탈은 여기서 만족하지 않고 향후 추가 채권 발행에 대비한 최적의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노력했다. 공시의무를 준수하고 정기적으로 투자자설명회를 열었으며 일정 주기마다 NDR(Non-deal Roadshow·채권 발행 없이 투자자에게 정보만 제공하는 행사)를 실시했다. 또 주요 IB와의 관계 강화를 통해 발행 전략에 대한 자문을 꾸준히 하는 한편 잠재적 투자자를 지속적으로 발굴했다. 그 결과 현대카드·캐피탈은 일본 사무라이본드 시장에서 2010년 11월까지 총 7차례에 걸쳐 2490억 엔의 채권 발행(누적 기준)을 성공시켰다. 특히 금융위기 때인 2008년 1월 중에도 5차 발행(440억 엔 규모)에 성공했으며 6, 7차 발행(각각 150억 엔 규모) 때는 통상적으로 꼭 거쳐야 하는 주요 절차 중 하나인 로드쇼 없이 채권 발행에 성공하기도 했다. 게다가 제1 금융권인 대부분의 은행보다 유리한 조건으로 채권을 발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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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라이본드 발행에 성공한 현대카드·캐피탈은 주요 해외 자금 시장마다 대내외 여건에 따른 수급 사정이 다르다는 것을 깨닫고 차입 안정성 강화를 위해 다른 국가에서도 자금을 조달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대외 신인도 제고를 위해 노력했다. 2005년 11월, 지분 투자 확대의 방법으로 GE와의 파트너십을 강화해 전략적 장기투자 및 직접 경영 참여 체계를 구축했다. 또 GE로부터 마이너스 통장처럼 유사시 자금 지원을 받을 수 있는 ‘크레디트 라인(credit line·현대카드·캐피탈 합산 12억 달러 규모)’을 보장받아 대외 투자자들의 신뢰를 확보했다.
이와 함께 S&P, 무디스 등 글로벌 신용평가사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 평가책임자를 만날 때마다 모회사이자 주요 협력사인 현대·기아차의 성장성을 강조하면서 현대카드·캐피탈의 신뢰도를 높였다. 이런 노력의 결과 2005년 11월 국내 여신 전문사 최초로 S&P에서 투자 적격 등급(BBB)을 받아내는 데 성공했다.
이후 현대캐피탈이 여신전문금융업 최초로 두 차례에 걸쳐 8억 달러 규모의 유로본드 발행에 성공했다. 2009년 11월과 올해 1월에는 최대 채권시장인 미국에서 각각 5억 달러, 7억 달러 규모의 양키본드를 성공적으로 발행했다. 이로써 현대카드·캐피탈은 주요 국제 채권 발행 시장에서 ‘정기적 발행자(regular issuer)’로서의 입지와 영향력을 확보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해외 주요 조달 시장의 발행 환경이 악화되자 현대카드·캐피탈은 말레이시아와 스위스 등 틈새시장 진출을 추진했다. 말레이시아 신용평가사 RAM으로부터 초우량 등급을 확보해 2008년 5월부터 6차에 걸쳐 총 29억 링깃(약 6070억 원)의 채권을 발행했으며 2010년 6월에는 남유럽 재정 위기로 유럽계 투자자들의 심리가 위축된 상황에서도 스위스 채권 발행 시장에서 발행 금액(150만 스위스프랑, 약 1630억 원) 대비 두 배의 공모액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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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이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 hiny72@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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