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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학자 외국논문 표절”…국제 물리학회 가이드라인 추진

입력 | 2004-01-04 18:31:00


한국인 재료공학자가 8편의 논문을 표절해 국제 학술지에 게재한 사실이 드러나 물의를 빚고 있다.

영국의 과학 전문지인 ‘네이처’지는 1일자(신년호·사진)에서 “영국 케임브리지대에서 방문연구원으로 근무하던 한국과학기술원(KAIST) 재료공학과(현 신소재공학과) 출신 P박사가 1997년부터 2001년까지 발표한 논문 가운데 8편이 표절로 판명됐다”고 보도했다.

이번 표절 사건은 P박사가 2000년 12월 국제 학술지인 ‘유로피직스 레터스’에 실은 ‘중성자 회절 연구’라는 제목의 논문을 러시아인 저자가 2002년 4월 케임브리지대에 표절이라고 알리면서 불거졌다.

P박사에 대한 의혹이 제기되자 케임브리지대와 KAIST가 자체 조사에 들어가 나머지 7편의 논문에 대한 표절 여부가 확인됐다.

네이처에 따르면 P박사의 논문은 대부분 러시아 학술지를 베낀 것으로, 다른 논문에 대한 추가 조사도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네이처는 이와 함께 표절 여부를 처음 확인한 케임브리지대측이 해당 학술지에 제대로 알리지 않았으며, 학술지 편집자들도 나중에 KAIST가 자체 조사한 결과를 e메일로 통보했지만 별다른 대처를 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의혹을 산 논문 가운데 4편은 해당 학술지 인터넷판에서 삭제됐으나 나머지 논문에 대해서는 아무런 조치가 없었다.

한편 전 세계 물리학 관련 학회 연합체인 ‘국제 순수 및 응용물리연합(IUPAP)’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표절 대처 가이드라인을 제정키로 결정해 파장이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P박사는 2002년 금오공대 교수로 임용됐으나 P박사가 석사학위 지도교수의 20년 전 논문을 표절한 사실 등을 KAIST가 금오공대에 통보하면서 한 학기 만에 면직됐다.

본보는 네이처의 보도내용을 확인하기 위해 P박사와 접촉을 시도했으나 연락이 되지 않았다. P박사는 조사가 시작된 직후 케임브리지대로부터 퇴거 요청을 받고 자취를 감춘 것으로 알려졌다.

이영완 동아사이언스기자 puse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