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과 이란이 논의 중인 종전을 위한 양해각서(MOU)가 자칫 전후 중동지역 안보를 더 위협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란의 핵 위협을 근원적으로 제거하지 못한 채 섣부른 종전 합의가 이뤄질 경우 이란이 이전보다 한층 대담한 무력 도발에 나설 수 있다는 것. 특히 미국과 함께 이란 공습에 나섰던 이스라엘과 이란의 보복 공격 대상이 됐던 걸프 아랍 국가들은 핵 문제를 해결하기 전 대(對)이란 압박을 완화하는 종전 방식에 대해 큰 우려를 나타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24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이스라엘과 걸프 아랍 국가들은 호르무즈 해협 봉쇄 및 역봉쇄를 먼저 풀고, 이란 핵 문제 관련 협상을 뒤로 미루는 현재의 종전 논의에 부정적이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날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통화한 뒤 X에 “이스라엘은 레바논을 포함해 모든 전선에서 제기되는 위협에 대해 자국의 안보를 지킬 권리가 있다”고 썼다. 또 이란 핵문제를 후순위로 미루는 접근 방식에 우려를 표하며 “이스라엘의 안보가 협상 과정에서 충분히 고려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연일 “이란 핵 프로그램을 완전히 해체하겠다”고 약속했음에도 섣부른 종전 합의에 대한 의구심을 거두지 않고 있는 것이다.
아랍에미리트(UAE)와 쿠웨이트 등 걸프 아랍 국가들은 자국 에너지 시설에 대한 이란의 추가 공격을 막고,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원유 수출 재개를 희망하면서도 이란이 향후 해협의 통제권을 유지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핵 협상 카드로 활용하면서 인접국들과 갈등을 빚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 또 호르무즈 해협의 선박 통행량이 얼마나 빠르게 전쟁 이전 수준으로 회복될지에 대한 인접 국가들의 의구심도 크다고 WSJ는 분석했다.
이 같은 우려는 중동 국가들의 군사 협력 강화로 이어지고 있다. 24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이집트가 자국 전투기를 UAE에 배치하고, 이란 전쟁 후 중동 국가와의 연대 강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집트 대통령실과 UAE 국영 언론에 따르면 압둘팟타흐 시시 이집트 대통령은 UAE 아부다비에 주둔 중인 이집트 전투기 부대를 시찰하며 “UAE에 해가 되는 건 이집트에도 해가 된다”고 했다.
지금까지 이집트 정부는 전투기 부대의 UAE 주둔 사실을 공개하지 않았다. 시시 대통령의 이번 시찰 사실을 통해 앞서 이집트가 UAE에 조용히 전투기를 배치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게 된 것. 이집트의 전투기 지원은 이 나라 경제에서 UAE가 차지하는 비중이 큰 영향도 있다. 앞서 2023년 UAE는 이집트의 지중해 연안 토지를 350억 달러를 주고 매입해 이집트의 재정 붕괴를 막는 데 기여했다.
미군기지가 대거 자리 잡고 있고, 이스라엘과도 2020년 정식 수교 뒤 가까운 관계를 유지해온 UAE는 이란 전쟁 과정에서 전쟁 당사국인 이스라엘보다 더 심한 공격을 받았다. 이에 안와르 가르가시 UAE 대통령외교정책보좌관은 이란의 침략에 맞서 단결하지 못하는 중동 이웃 국가들을 비판하기도 했다.
유근형 noel@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