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유 매장량 세계 6위인 아랍에미리트(UAE)가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OPEC+(OPEC과 러시아 등 주요 산유국 연대체)를 탈퇴하기로 하면서 사우디아라비아가 주도해온 ‘오일 카르텔’에 균열이 본격화됐다. 석유 증산과 감산을 오가며 글로벌 에너지 시장을 좌우해온 중동 중심의 패권이 약화되고, 미국을 축으로 한 새로운 에너지 질서가 부상할 것이란 전망이 확산되고 있다.
UAE 정부는 28일(현지시간) 국영 WAM 통신을 통해 다음달 1일부터 OPEC을 탈퇴하겠다고 선언하면서 기존 감산 체제에서 벗어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이번 결정은 OPEC 내부 결속력 약화를 상징하는 사건으로 평가된다. 사우디아라비아를 중심으로 유지돼온 감산 공조 체제가 흔들리면서, 산유국 간 각자도생 흐름이 강화될 가능성이 크다. 이른바 산유국들의 ‘자국 우선주의’가 수면 위로 본격화됐다. 특히 사우디아라비아를 제외하면 OPEC 회원국들의 증산 여력이 많지 않은 상황이라, 카르텔의 가격 통제 기능은 약해질 것으로 보인다.
중동 중심의 글로벌 에너지 패권이 흔들릴 가능성도 점쳐진다. 저유가를 통한 글로벌 공급망 다변화 전략을 추진하는 미국이 셰일오일 생산 확대와 베네쉘라 등의 대체 공급선을 확보한 가운데 UAE까지 OPEC을 이탈하며 공급 확대 기조에 힘을 싣고 있어서다.
UAE 탈퇴가 국제유가에 끼칠 단기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중동전쟁에 따른 공급 차질로 국제유가가 이미 높은 수준에 형성돼 있는 탓이다. 다만 중장기적으로는 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OPEC의 결속력 약화로 종전 이후 억눌렸던 생산 물량이 한꺼번에 풀리는 상황을 완충할 장치가 부족해졌기 때문이다. 당장 UAE는 현재 하루 480만 배럴 생산 능력을 2027년 500만∼600만 배럴 수준까지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국 역시 단기적인 수급 차질 가능성은 제한적이지만 국제유가 변동성 확대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산업통상부 관계자는 “OPEC 구심력이 약화된다고 가정할 경우 공급자간 경쟁이 심화되면서 한국 같은 원유 수요자에게 유리한 상황이 형성될 수도 있다”면서도 “다른 산유국들이 어떻게 대응할지 예상할 수 없고 단기적으로는 석유 시장 질서의 혼란이 커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세종=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