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열중) 미국·이스라엘과 이란의 전쟁이 한 달을 넘기면서 에너지 수급과 공급망이 동시에 흔들리는 복합 충격이 한국 경제를 덮쳤다. 세계 경제의 ‘에너지 동맥’으로 불리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석유와 석유제품 공급에 차질을 빚자, 그 피해는 산업계를 넘어 생활에 필수적인 의식주 등 민생 전반으로 번지고 있다. 중동발(發) 에너지와 공급망 ‘트윈 쇼크’가 한국 경제를 뿌리부터 뒤흔드는 모양새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제주 한라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타운홀미팅에서 중동 상황으로 인한 위기를 거론하며 “생각하는 것보다 상황이 좋지 않다. 당장도 그렇지만 미래에는 상황이 더 불안정해지는 것 같다”고 언급했다.
산업현장에선 정유, 석유화학 업계는 물론이고 조선, 철강, 건설, 바이오, 화장품 업계까지 연쇄적으로 타격을 받고 있다. 건설현장 역시 페인트, 단열재 등 주요 자재 가격이 크게 오르고, 에틸렌을 원료로 하는 혼화제 등이 부족해 공사 일정에 차질을 빚고 있다.
중동 사태의 파급 효과가 경제 전체로 퍼진 건 과거 위기와 달리 에너지와 공급망이 동시에 충격을 받았기 때문이다. 2020년 ‘코로나 팬데믹’ 시기엔 글로벌 공급망이 흔들렸고,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때는 국제유가가 급등하는 에너지 위기였다. 하지만 이번에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국제 유가가 급등하고 석유, 액화천연가스(LNG) 등의 수입이 막힌 상황에서 ‘석유화학의 쌀’인 공업 기초 원료인 나프타와 에틸렌 등의 공급망이 직격탄을 맞았다. 석유 가치사슬(밸류체인)이 망가지면서 산업용 원재료는 물론 비닐, 플라스틱, 기저귀 등 생활필수품 공급까지 타격을 받고 건설 자재, 농업용품 공급까지 문제가 생겼다. 에너지와 산업 기본 원료를 사실상 전량 해외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한국 경제의 급소가 이번 사태로 드러난 것이다.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중동 사태에 따른 각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면서 한국의 조정폭(―0.4%포인트)을 영국(―0.5%포인트) 다음으로 높게 잡은 것도 높은 중동 에너지 의존도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사태 장기화시 정부가 2.0%를 목표로 한 올해 성장률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전쟁이 1년 이상 이어지면 성장률이 0%대로 주저앉을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는 이날 석유화학산업 핵심 원료인 나프타에 이어 합성수지에 대한 수출 제한을 검토하고 나섰다. 합성수지로 만드는 플라스틱 가격 상승이 우려되자 미리 수급 관리에 나서려는 취지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오후 장외거래에서 1521.1원까지 오르며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 3월 이후 17년 만에 1520원을 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