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3일(현지 시간) CNN에 “이란의 핵 포기를 포함해 15개 항목에서 이란과 합의했다”고 밝혔다. 그는 같은 날 취재진과 만나서는 이란이 봉쇄 중인 호르무즈 해협의 관리를 놓고도 협상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호르무즈 해협이) 열릴 것”이라며 “나와 아야톨라(이란 최고지도자)가 공동으로 (해협을) 관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28일 발발한 이번 전쟁 중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과 이란이 대화했고, 협상을 할 것이라고 주장한 건 처음이다. 그는 이날 트루스소셜을 통해서도 이란 측과 이틀간 “유익하고 생산적인 대화를 나눴다”면서 앞서 예고했던 이란 발전소 등의 공격도 5일간 유예한다고 밝혔다. 또 이란과 “거의 모든 지점에서 합의가 이뤄졌다. 이란은 매우 강하게 합의를 원하고 우리도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폴리티코와 액시오스 등은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국회의장을 미국의 협상 상대로 지목했다. 갈리바프 의장은 8일 이란 최고지도자로 선출됐지만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어 신변 이상설이 제기되고 있는 모즈타바 하메네이의 측근이다. 로이터통신은 이번 전쟁을 끝내기 위한 협상이 빠르면 이번 주 안에 파키스탄 수도 이슬라마바드에서 열릴 수 있다고 전했다.
반면 이란은 “미국과 어떤 회담도 가진 적 없다”고 부인했다. 이란 외교부 에스마일 바가이 대변인은 23일 국영 IRNA통신에 “최근 며칠간 몇몇 우호 국가를 통해 미국이 전쟁을 끝내기 위한 협상을 요청한다는 메시지를 받았고, 우리는 원칙적 입장만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어 “강요된 전쟁이 이어진 지난 24일간 미국과 어떤 협상과 대화도 없었다”고 했다. 갈리바프 의장도 X에 대화 사실을 부인하며 “트럼프 대통령이 금융시장을 조작하려는 시도”라고 반박했다.
다만 두 나라 모두 전쟁 장기화로 부담이 커진 만큼 제3국을 통한 간접 접촉이나 물밑 대화에 나섰을 가능성은 상당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이란으로선 보수 강경파의 반발, 신정일치 체제의 정당성 훼손 등을 우려해 미국과의 대화 사실을 공개적으로 인정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에 지상군을 투입하는 데 필요한 준비 시간을 벌기 위해 ‘연막전술’ 차원에서 일부러 이란과의 대화 사실을 부각시킨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신진우 niceshin@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