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4일(현지 시간) 한국, 일본, 중국, 영국, 프랑스 등 5개국에 이란이 봉쇄 중인 호르무즈 해협으로 군함을 파견해 줄 것을 요구했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에서 유조선 통항 등을 막아 국제유가가 치솟는 ‘오일쇼크’가 본격화하자, 동맹국을 중심으로 주요국에 파병을 요구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루스소셜을 통해 “여러 국가, 특히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시도로 영향을 받는 국가들은 미국과 함께, 해협을 개방되고 안전하게 유지하기 위해 군함을 보낼 것(will be sending war ships)”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바라건대(Hopefully), 인위적인 제약(봉쇄)의 영향을 받는 중국 프랑스 일본 한국 영국, 그리고 다른 국가들이 이곳으로 함정을 보낼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과 전쟁을 시작한 뒤 이스라엘을 제외한 제3국에 군사작전 동참을 공개 요구한 건 처음이다.
일단 청와대는 즉각적인 파병 결정보다는 주변국 반응 등을 지켜본 뒤 결정을 내릴 방침이다. 한국이 파병이 아닌 ‘호위 작전’을 전제로 군함 파견 가능성을 열어놓을 거라는 전망도 나온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15일 “내부적으로 검토를 해봐야 할 문제”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의사를 밝힌 것이기 때문에 신중히 검토할 예정”이라고 했다. 또 다른 정부 관계자는 “미국에서 실질적으로 파병이나 무기 지원 요청이 있을 거라는 판단은 하고 있었다”며 “최대한 파병을 안 하고 싶지만 논의를 하기는 해야 할 상황”이라고 했다.
정부 내에선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원유 수입 의존도가 큰 만큼 경제·안보적 목적에 따라 미국의 요구를 거절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에 파병 형식이 아닌 다른 국가들과의 ‘합동 작전’을 전제로 호위 목적에 한해 아덴만 청해부대를 파견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다만, 청해부대 파병 동의안에 명시된 파견 지역이 아덴만 해역 일대여서 호르무즈 해협에서 활동하려면 추가적인 국회 비준 동의 등의 절차가 필요할 수 있다.
원유 인프라를 둘러싼 양측의 공방은 갈수록 격화되고 있다. 미국은 이란의 핵심 석유 수출 기지인 하르그섬 내 군사시설 90여 곳을 정밀 타격했다고 14일 밝혔다. 페르시아만 북부의 산호초 섬인 하르그섬은 이란 원유 수출량의 약 90%를 책임지는 유류 수출 터미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의 핵심 자산(crown jewel, 직역 ‘왕관의 보석’)으로 불리는 곳의 모든 군사 목표물을 완전히 파괴했다”고 했다. 이에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을 우회해 원유를 수출할 수 있는 통로로 꼽히는 아랍에미리트(UAE)의 푸자이라항 공격에 나섰다.
유근형 noel@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