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해찬 전 국무총리의 별세로 잠시 사그라들었던 더불어민주당 내 합당 논쟁이 이 전 총리의 영결식이 끝나자마자 불붙는 모습이다. 정청래 대표와 조국혁신당의 ‘밀약설’이 제기된 데 이어 친명(친이재명)계 한준호 의원이 “합당 제안은 여기에서 멈춰주시기 바란다”며 공개적으로 반기를 들었다. 김민석 국무총리와 가까운 의원들의 반대 목소리도 커지면서 친청(친정청래)계와 반청(반정청래)계의 당권 전초전이 일찌감치 시작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親明 “숙의 없는 통합은 분열의 시작”
한 의원은 1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 대표에게 정중하게 요청드린다”며 합당 논의 철회를 촉구했다. 한 의원은 “지금 당이 보여줘야 할 모습은 내부 갈등이 아니라 책임이고, 속도가 아니라 신뢰”라며 “충분한 숙의 없는 통합은 또 다른 분열의 시작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 의원의 기자회견을 두고 당내에선 ‘명심(明心)’이 반영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한 의원은 이재명 대통령의 20대 대선 후보 수행실장을 시작으로 당 대표 시절 최고위원으로 호흡을 맞추는 등 당내 대표적 친명 의원으로 분류된다. 한 의원은 최근 이 대통령으로부터 ‘대통령 1호 감사패’를 받기도 했다.
한 의원은 “조국혁신당과의 합당이 전국적인 지방선거 승리에 도움이 된다는 객관적인 근거와 지표는 무엇인가”라며 “다양한 협력 방식이 있음에도 왜 반드시 합당이어야 하는지, 그리고 왜 지금이어야 하는지에 대한 충분한 설명과 공감이 없다면 합당 논의는 득보다 실이 클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한 의원은 기자회견을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 “이런 논란이 다른 의심을 불러일으키지 않는 지방선거 이후에 하면 되지 않나”라고 했다.
이언주 최고위원도 이날 페이스북에서 “더 본질적인 문제는 합당론이 집권여당의 정체성과 노선을 흔들어 대통령의 국정 기조와 국민적 신뢰를 훼손할 수 있다는 점”이라며 재차 날을 세웠다. 이어 “조국혁신당은 토지공개념을 핵심 정책으로 내세우고 있다”며 “조국혁신당이 위헌적 소지가 있는 토지공개념 입법 추진 정책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고 적었다.
●‘친김민석계’ “중도층 이탈” 우려
차기 당권을 노리는 김 총리 측도 정 대표를 겨냥해 통합 논의 반대에 나섰다. 친김민석계인 채현일 의원은 1일 페이스북에 조국혁신당을 향해 “이재명 정부는 중도·실용주의 노선을 국정 기조로 삼고 있다”며 “만약 조국혁신당의 핵심 의제가 통합 정당의 당론이 될 경우 중도층 이탈과 지방선거 전력의 혼선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현장의 우려에 대해 답해 달라”고 했다. 조국혁신당을 향한 질문이라고 했지만 사실상 민주당 지도부를 향해 합당 반대 의사를 드러냈다는 해석이 나왔다. 김 총리는 최근 한 인터뷰에서 합당과 관련해 “나는 오래된 원칙적인 민주 대통합론자”라면서도 “이 시점에 그런 방식으로 제기돼 논란”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반면 정 대표 측은 지난달 29일 국회 본회의 도중 한 국무위원이 민주당 의원에게 “밀약? 타격 소재, 밀약 여부 밝혀야, 당명 변경불가, 나눠먹기 불가”라는 메시지를 보낸 것을 두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지난달 31일 기자들과 만나 ‘정청래-조국 밀약설’에 대해 “합당의 주체인 양당 간 논의 절차는 전혀 진행된 바 없다”며 “당원의 결정이, 당원의 명령이 있지도 않은 이 상황에서 양당의 합당 절차들이 거론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한 일”이라고 일축했다.
당내 공방이 이어지는 가운데 민주당은 이번 주부터 정책 의원총회와 당무위원회, 중앙위원회, 17개 시도당 토론회 등을 통해 합당과 관련된 당원 의견 수렴과 투표 절차를 진행할 방침이다. 한 중진 의원은 “합당의 본질적 문제보다는 정치적 이해관계가 합당 논의를 엉클어뜨리고 있다”며 “여러 논란은 있지만 통합은 큰 방향에서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허동준 hungry@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