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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에 시신 수백구 쌓여”…보름째 유혈사태,이란 최대 위기

“거리에 시신 수백구 쌓여”…보름째 유혈사태,이란 최대 위기

Posted January. 13, 2026 10:28,   

Updated January. 13, 2026 10:28


지난해 12월 28일 시작된 이란 반(反)정부 시위가 격화되면서 11일(현지 시간) 현재까지 최소 500명, 최대 2000여 명이 사망했다는 외신과 인권단체들의 발표가 잇따르고 있다. 이란 수도 테헤란 등 주요 도시 곳곳에 시신들이 겹겹이 쌓여 방치된 모습이 포착되고 있다.

이란 정부가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의 직속기관으로 신정일치 체제 수호가 핵심 임무인 최정예 군대 혁명수비대를 투입하며 유혈 사태가 격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런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몇몇 강력한 선택지를 고민하고 있다”며 군사 개입 가능성을 다시 한번 시사했다.

●“시위대 얼굴에 조준 사격, 거리에 피 가득”

미국을 기반으로 활동 중인 인권단체 인권운동가통신(HRANA)은 이란 반정부 시위 여파로 민간인 496명, 보안요원 48명 등 최소 544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전날 116명에서 5배 가까이로 급증한 수치다. 노르웨이에 본부를 둔 인권단체 이란인권(IHR)은 최소 192명의 사망을 확인했고, 실제 사망자 수는 최대 2000명을 넘어섰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특히 혁명수비대가 본격 투입되고, 시위대를 조준 사격하면서 사상자가 빠르게 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란 안팎에선 8일부터 이란 정부가 인터넷과 국제전화를 끊은 뒤 강경 진압이 본격화됐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이란의 28세 여성 기자인 마흐사가 8일 “시위대 얼굴에 조준 사격을 가하고 있다. 거리는 피로 가득하고 엄청난 수의 사망자가 속출해 두렵다”고 말한 뒤 전화가 끊겼다고 전했다.

이번 반정부 시위는 사상 최악으로 치닫는 이란 경제난과 하메네이가 이끄는 신정일치 체제에 대한 누적된 불만이 폭발한 결과다. 이란 경제가 붕괴되면서 리알화 가치는 역대 최저 수준이다. 9일 기준 달러당 99만4055리알로 2015년 이란이 서방 5개국과 핵 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를 맺었을 때(당시 달러당 3만2000리알)보다 약 31배 치솟았다. 식료품 물가는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60% 이상 급등해 중산층도 정상적인 삶을 영위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이란 국민의 30% 이상이 빈곤 상태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에 과거에는 대학생과 진보 지식인들이 반정부 시위에 적극 참여했지만, 이번엔 이란 체제를 지탱했던 상인 및 중산층이 시위에 대거 참여하고 있다.

이스라엘, 미국과의 전쟁을 거치며 ‘중동 맹주’를 자처하는 하메네이 체제의 권위가 무너진 것도 요인으로 꼽힌다. 이란은 지난해 이스라엘-미국과 치른 ‘12일 전쟁’에서 참패했다. 미국의 핵시설 폭격과 이란 군지도자와 핵과학자들에 대한 이스라엘의 표적 암살이 지속되면서 이란 체제의 취약성이 드러났다.

실제로 최근 시위대들은 ‘왕정 복귀’ ‘하메네이에 대한 죽음’ ‘주변국 개입 중단’ 등 사실상 현 체제를 부정하는 내용의 구호를 많이 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군사 개입 강력한 선택지”

미국은 이란 사태를 면밀히 주시하며 군사 개입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1일 대통령 전용기에서 “우리는 한 시간마다 (이란) 상황을 보고받고 있다. 몇몇 강력한 선택지들을 살펴보고 있고, 결정을 곧 내릴 것”이라고 했다. 이어 이란 정부의 인터넷 차단에 대응해 인공위성 인터넷망 스타링크를 지원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대통령이 13일 미 안보 당국자들로부터 대이란 공격 선택지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을 보고받을 예정이라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정부가 미국에 협상을 제안한 사실을 밝히며 대화 가능성도 거론했다. 트럼프는 “그들은 협상을 원하고 있고, 미국에 계속 두들겨 맞는 데 지친 것 같다”며 “우리가 먼저 행동할 수도 있지만 회담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미국의 이란에 대한 군사 개입을 놓고 미국 정치권에선 부정적인 반응도 나온다. 랜드 폴 공화당 상원의원은 ABC방송에 “폭격은 해결책이 아니고, 대통령이 내키는대로 폭격하도록 헌법이 허용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란 반정부 시위가 하메네이 체제 전복으로 이어질진 미지수라는 전망이 많다. 혁명수비대를 중심으로 군부가 하메네이 체제를 떠받치고 있고, 시민들의 분노를 흡수할 정치적 대안 세력이 부재하기 때문이다. 이란은 2009년 이란 대선 부정선거 시위, 2022년 히잡 반대 시위를 겪었지만 하메네이 체제는 건재했다. 장지향 아산정책연구원 지역연구센터장은 “미국 군사 개입 등 외부로부터의 변화가 있을지, 이 경우 이란 엘리트와 혁명수비대가 어떤 입장에 서는지에 따라 하메네이 체제의 미래가 결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근형 noe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