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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트럼프 겨냥 “바람 세고 파도 높을수록 한 배 타야”

시진핑, 트럼프 겨냥 “바람 세고 파도 높을수록 한 배 타야”

Posted November. 01, 2025 09:13,   

Updated November. 01, 2025 09:13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31일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바람이 거세고 파도가 높을수록 한배를 타고 함께 강을 건너야 한다”며 다자주의와 역내 협력을 촉구했다. 그간 다자외교에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내 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APEC 본회의에 불참한 사이, 시 주석이 다자주의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사실상 미국을 겨냥한 발언이란 평가가 나온다.

이날 신화통신에 따르면 시 주석은 APEC 정상회의 제1세션 연설문에서 “아시아태평양 지역 발전의 불안정·불확실 요인이 늘어가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시 주석은 “포용적인 경제 세계화를 추진하고, ‘아시아태평양 공동체’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1993년 1차 APEC 정상회의에서 제시된 ‘아시아태평양 공동체 형성’ 비전을 다시 거론한 것.

그러면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부과 정책 등으로 취약해졌다고 평가받는 다자주의 무역질서를 회복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시 주석은 “진정한 다자주의를 실천하고, 세계무역기구(WTO)를 핵심으로 하는 다자간 무역체제의 권위성과 효과성을 높여야 한다”고 했다.

전날 시 주석은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에서 펜타닐 관세 10% 인하와 희토류 수출 통제 1년 유예를 주고받았다. 이로 인해 긴장이 고조되던 미중 무역전쟁은 일단 휴전 상태에 들어갔다. 하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양국이 반도체 첨단 기술 통제, 대만 문제, 희토류의 안정적인 공급 등 핵심 사안을 피해가 일시적 휴전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이날 시 주석은 재집권 직후 관세를 앞세워 각국을 압박하는 트럼프 행정부의 행태를 지적했지만 비판 수위가 크게 높진 않았다는 해석도 나온다. 올 9월 브릭스(BRICS) 정상회의 연설 때처럼 “패권주의에 반대” “일부 국가가 국제 질서를 훼손한다”와 같은 직접적인 비판은 삼갔기 때문이다.

시 주석은 아태지역 내 자유로운 무역과 투자, 높은 수준의 금융 협력을 제안했다. 특히 그는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의 질적 향상과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의 회원국 확대 등의 계기를 잘 활용해 아시아태평양 자유무역지대(FTAAP) 건설에 힘을 모으자”고 했다. 이 밖에 산업망 및 공급망 안정, 무역 디지털화, 녹색화, 보편적·포용적 발전도 제안했다.

중국은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유엔과 WTO 등 다자주의 외교 무대를 등한시하는 사이 글로벌 체제의 수호자를 자처하며 국제사회에서의 영향력 확대를 꾀하고 있다. 시 주석은 9월 초 중국 톈진에서 열린 반서방 성격의 다자기구인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를 주재하면서 다자주의, 개발도상국 발언권 강화 등을 골자로 한 ‘글로벌 거버넌스 이니셔티브(GGI)’를 제시한 바 있다.


김철중 tnf@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