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초에 ‘2025 프로야구 넘버스 북’이라는 책이 세상에 나왔다. 한국프로야구를 숫자로 설명한 책이다. 지금 이 ‘광화문에서’를 쓰고 있는 황규인 동아일보 스포츠부 차장을 비롯해 ‘책으로만 배울 수 있는 야구가 있다’고 믿는 다섯 명이 함께 썼다.
출간 직후 일본 야구 대표팀이 이 책을 여러 권 사 갔다는 소식을 들었다. 한글로 쓴 책을 읽으려고 인공지능(AI) 번역 기능이 있는 스마트폰도 구매했다고 한다. 한국야구학회 관계자는 “일본 대표팀에서 ‘앞으로 계속 맞붙어야 할 상대인데 리그 트렌드와 특성을 계속 좇아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왔다”고 전했다.
일본 야구 대표팀은 그전부터 책을 참 좋아했다. 일본을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정상으로 이끈 구리야마 히데키 전 감독(64)은 책을 20권 이상 펴낸 작가이기도 하다. 오타니 쇼헤이(31·LA 다저스)가 독서광이 된 것도 구리야마 전 감독 영향이다. 이바타 히로카즈 현 감독(50)도 리틀야구 선수 대상 특강에서 “이제는 누가 어떤 이유로 야구를 잘하는지 전부 알려지는 시대다. 계속 공부하지 않으면 뒤처질 수밖에 없다”며 독서를 권했다.
일본이 야구를 책으로 배우면서 가장 달라진 건 공 빠르기다. 2014년 일본프로야구 속구 평균 시속은 141.5km로 한국(141.0km)과 별 차이가 없었다. 10년이 흐른 지난해에는 일본(146.8km)이 한국(143.5km)보다 시속 3.3km가 빨랐다.
이 정도 차이가 정말 대수일까. 2023 WBC 조별리그 경기 전체 속구 계열(포심, 투심, 싱커) 평균 속도는 시속 147.6km였다. 8강 진출 팀은 150.6km로 이보다 3km가 빨랐다. 당시 한국 대표팀은 145.8km로 20개 참가국 중 16위였고, 3회 연속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
공이 빠르면 타자들이 애를 먹는 게 당연한 일. 속구 평균 시속이 147.1km까지 오른 올해 일본 12개 구단에서 타율 0.300 이상을 기록한 타자는 3명밖에 없다. 속구 평균 시속이 152km로 더 빠른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30개 구단에도 3할 타자는 7명뿐이다.
한국 10개 팀에서는 3할 타자가 13명 나왔다. 한국은 여전히 투수가 타자를 이겨내지 못하는 리그다. 지난해 일본 라쿠텐에서 3승 6패 평균자책점 6.72에 그친 폰세(31)가 올해 한화에서 한국 리그를 대표하는 투수가 된 것도 우연이 아니다.
사정이 이런데도 많은 한국 야구 지도자들은 “사설 학원에서 구속만 강조하다 보니 투수들이 기본기가 부족한 채로 마운드에 오른다”며 안타까워하기 바쁘다. 이런 안타까움은 “투수는 하체가 튼튼해야 한다”는 철 지난 이론과 만나 러닝 훈련 지시로 이어지기 일쑤다.
하긴 바깥세상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든 눈감고 있는 게 어디 야구뿐이랴. 어제의 정답이 오늘의 오답이 되는 시대다. 흐름을 읽지 못하면 도태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야구가 새삼 증명하고 있을 따름이다. 참고로 이 글은 중국에서 만든 AI 모델 GLM 4.6이 다듬었다. 공보다 빠른 건 기술이고, 기술보다 빠른 건 공부를 멈춘 사람들의 착각이다.
アクセスランキン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