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12년 만에 꺾인 편의점 얼어붙은 내수부터 살려야

12년 만에 꺾인 편의점 얼어붙은 내수부터 살려야

Posted May. 22, 2025 08:46,   

Updated May. 22, 2025 08:46


올해 1분기(1∼3월) 편의점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4%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편의점 분기 매출이 줄어든 건 해당 통계가 공개된 2013년 이후 처음이다. 매 분기 5∼10% 성장률을 보여왔던 편의점 매출이 12년 만에 꺾인 배경으로는 경기 침체로 인한 소비 심리 위축이 첫 번째로 꼽힌다.

한 편의점업계 관계자는 “올해 1분기 매출 역성장 소식을 듣고 업계에서도 충격이 크다”며 “편의점은 즉흥적으로 생각이 난 물건을 구매하는 곳이라 다른 유통업체보다 소비 심리에 더 민감하다”고 했다. 편의점은 ‘계획 소비’보다는 가볍게 들러서 1000원대 물건을 사는 ‘충동 소비’가 많은 곳인데 이러한 소비마저 줄어든 것을 두고 유통업계는 경기 불황이 코앞까지 다가온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국내 소비자심리지수는 지난해 12월 88.4로 떨어진 이후 올해 4월까지 5개월째 100을 밑돌고 있다. 이 지수가 100을 하회하면 소비에 비관적이라는 응답이 더 많다는 뜻이다. 실제로 올해 1분기는 편의점 외에도 롯데, 신세계, 현대백화점 등 주요 백화점 3사 매출 모두 전년 대비 줄었다.

유통업계 전반적으로 부진한 가운데 마트업계 1위인 이마트만 양호한 실적을 냈다. 이는 의류, 잡화 등 다른 소비와 달리 식품은 줄이기 힘든 필수재로 수요가 유지되면서 가격 경쟁력이 있는 대형마트로 소비가 몰렸기 때문이다.

내수 부진이 이어지면서 자영업자 수도 계속 줄고 있다. 지난달 자영업자 수는 전년 동월 대비 6000명 줄어든 561만5000명으로 집계됐다. 직원을 둔 자영업자는 지난해 10월부터 7개월 연속 줄어든 반면 ‘나 홀로 사장님’은 올해 2월부터 지난달까지 석 달째 늘었다.

소비 심리 악화로 인한 내수 부진은 고용 악화로 이어지고 이는 경기 둔화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문제는 소비 부진이 길어질 것이라는 어두운 전망이 많다는 것이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백화점, 대형마트, 편의점 등 500개 소매유통업체를 대상으로 올해 2분기(4∼6월) 소매유통업 경기전망지수(RBSI)를 조사한 결과 전망치가 75로 집계됐다. 작년 2분기(85) 이후 4분기 연속 하락세다. 이 수치가 100 이상이면 다음 분기 경기를 긍정적으로 보는 기업이 많다는 뜻이고 100만 미만이면 그 반대다. 응답 기업의 절반(49.8%)은 내년 이후에나 소비 시장이 회복될 것으로 봤고 2027년, 2028년 이후를 전망한 기업들도 각각 11.2%, 16%나 됐다.

외환위기와 팬데믹 때보다 올해 더 힘들다고 호소하는 이들이 많다. 내수 침체 직격탄을 맞은 자영업자뿐 아니라 물가가 급등하는 데 비해 소득은 제자리여서 가처분소득이 줄어든 월급쟁이들의 생활도 팍팍해졌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수출의 성장 견인력이 사라지기 전에 내수의 경기 안전판 역할을 강화해 경기 침체를 방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향후 경기는 소비 회복 여부에 달린 만큼 새 정부는 우선 과제를 내수 진작에 두고 정책을 펴나갔으면 한다.


신수정 crysta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