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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서 폰 절반 만드는 삼성, 관세 예외 한숨 돌려… 반도체는 긴장

베트남서 폰 절반 만드는 삼성, 관세 예외 한숨 돌려… 반도체는 긴장

Posted April. 14, 2025 08:41,   

Updated April. 14, 2025 08:41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스마트폰, PC 등을 상호관세 부과 대상에서 제외하면서 해당 제품을 수출하는 국내 기업들은 일단 안도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2일(현지 시간) 상호관세 발표 후 거의 열흘 만에 예외 사항을 내놓는 등 정책 일관성이 떨어지는 데다 여전히 품목별 관세가 부과될 리스크를 안고 있어 불확실성은 좀처럼 해소되지 않고 있다.

13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전체 스마트폰 생산량의 50%가량을 베트남에서 만들어 미국으로 수출한다. 주요 생산지인 베트남에 매긴 미국의 상호관세율이 46%에 달해 삼성전자의 미국 사업 축소가 우려됐지만 이번 상호관세 예외 조치로 인해 이러한 부담을 덜게 됐다.

트럼프 정부가 스마트폰 등 일부 품목에 대한 상호관세를 제외한 것은 당장 애플과 엔비디아 등 미국 기업들이 받는 타격이 상당하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미국은 지난해 해외에서 515억 달러(약 73조5000억 원)어치 스마트폰을 수입했는데 이 중 81%(417억 달러)를 중국에서 들여왔다.

스마트폰과 함께 PC도 상호관세 부과 대상에서 제외되면서 국내 반도체 업계는 한시름 놓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지난해 미국의 ‘컴퓨터 및 유사장치’ 부문 수입액은 1414억 달러로 스마트폰의 약 3배 규모다. 미국 스마트폰 및 PC 시장이 고관세로 위축되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서 생산하는 메모리 반도체 역시 적지 않은 타격을 받을 수 있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스마트폰, PC에 공급하는 범용 반도체는 이번 예외 조치로 부담을 덜게 됐다”면서도 “다만 반도체는 품목 관세 리스크가 있기 때문에 안도하기에는 이르다”고 했다. 반도체 품목 관세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들과 만나 “월요일(14일) 답을 주겠다”며 “우리는 매우 구체적일 것”이라고 밝혔다.

반도체 품목 관세 부담이 클수록 한국과 중국 등에 주요 제조기지를 두고 있는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공급망 이전 압박도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달 대만 TSMC가 미국에서 1000억 달러에 이르는 추가 투자 발표를 하며 삼성전자, SK하이닉스도 대미 투자에 대한 압박감이 커진 상황이다. 두 기업은 앞서 조 바이든 행정부 시절 각각 370억 달러, 38억7000만 달러 규모의 투자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지난해 국내 반도체 수출액 가운데 미국 비중은 7.2%였다. 미국으로 곧바로 가지 않고 대만이나 말레이시아 등에서 후공정을 거친 뒤 미국으로 향하는 규모도 상당해 미국의 관세 영향권에 드는 물량은 훨씬 더 많다. TSMC가 SK하이닉스의 고대역폭메모리(HBM)를 대만으로 들여와 인공지능(AI) 가속기를 만들고 미국으로 보내는 게 대표적인 케이스다.

여기에 관세 면제 발표가 난 스마트폰, 노트북 등의 품목도 트럼프 행정부가 추후 다른 유형으로 관세를 다시 적용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재계 관계자는 “트럼프 정부의 정책이 시시각각 변하는 데다 생산기지를 하루아침에 이전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서 계속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다”며 “정책의 구체적인 방향이 정해지고 어느 정도 불확실성이 걷히고 난 뒤에야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현익 bee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