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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경기 나쁘길래 한국은행이 법인세 납부 1위라니

얼마나 경기 나쁘길래 한국은행이 법인세 납부 1위라니

Posted March. 31, 2025 08:42,   

Updated March. 31, 2025 08:42


지난해 한국에서 법인세를 가장 많이 낸 법인은 국내 대표 수출기업들이 아니라 한국은행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 연차보고서를 보면 한은은 지난해 해외 주식과 채권 매매로 운용수익을 많이 내면서 올해 낼 법인세가 2조5782억 원에 이른다. 반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현대차 등은 이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해외 금융상황에 따라 한은이 수익을 얻는 것은 본질적 영역도 아니고 지속가능하지도 않다. 기업들이 더 많이 돈을 버는 것이 정상인데, 경기 침체로 실적 부진이 길어지다보니 본말이 전도된 비정상적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삼성전자는 2023년 11조5300억 원의 영업손실을 내면서 지난해 법인세를 내지 못했다. 지난해 흑자 전환에 성공했지만, 적자가 났을 때 차후에 이를 반영해 세금을 깎아주는 이월결손금 등을 고려하면 올해 낼 세금은 수천억 원에 그칠 것으로 추산된다. 많게는 한 해에 6조 원가량을 법인세를 내던 것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이다. SK하이닉스와 현대차도 각종 공제항목을 반영하면 올해 법인세가 각각 2조 원대로, 한은을 밑돌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기업들이 실적 보릿고개를 넘기가 갈수록 버거워지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의 외국산 자동차에 대한 25% 관세와 상호관세 부과가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수출 전선에 초비상이 걸렸다. 탄핵 정국의 불확실성이 길어져 내수 침체가 장기화되고 신용위험이 커지면서 국가 신용등급 강등의 경고음도 울리고 있다. 해외 기관들이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속속 내려 잡고 있다. 영국 리서치 회사 캐피털 이코노믹스는 전망치를 0.9%까지 낮춰 ‘0%대 성장’을 예상했다.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2.0%에서 1.2%로 한꺼번에 0.8%포인트나 내렸다.

기업이 살아나야 세수가 늘어나고 경제도 회복되는 선순환이 가능하다. 최근 여야 합의로 반도체, 이차전지, 바이오, 인공지능 등 미래산업에 50조 원을 투자하는 첨단전략산업기금 조성에 시동을 걸었는데, 기업활력을 높이기 위한 이런 노력이 더 이어져야 한다. 미국발 관세 폭격에 기업들이 피격되지 않도록 민관이 힘을 모아야 한다. 한국은행이 수출 기업들보다 돈을 더 많이 벌고 세금을 더 내는 기현상이 반복되도록 방치해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