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내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자발적 출국을 담당하는 부서를 국방부 산하에 설치하기로 했다.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이주시킨 뒤 가자지구를 휴양지로 개발하겠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구상을 실무적으로 뒷받침하겠다는 의도다.
17일 타임스오브이스라엘에 따르면 이스라엘 카츠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이날 가자지구 주민들의 이주를 돕는 부서를 국방부 산하에 설치해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이스라엘 국방부는 “제3국으로 이주를 원하는 가자지구 주민이라면 누구든지 육해공 어느 경로든 출국을 위한 광범위한 지원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설 부서는 국방부 산하의 팔레스타인 업무조직 민간협조관(COGAT)과 유관 부처 공무원, 군 지휘관 등이 참여하는 태스크포스(TF) 형태로 운영될 예정이다. 앞서 민간협조관이 주민 이주 계획의 초안을 카츠 장관에게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가자지구를 다르게 만들기 위한 트럼프 대통령의 계획에 전념하고 있다”며 “전쟁이 끝난 후 가자지구에 하마스(팔레스타인 무장단체)나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는 없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가자지구와 국경을 맞대고 있고, 트럼프 대통령의 팔레스타인 주민 수용 압박을 거부하고 있는 이집트는 주민 이주 없이 가자지구를 재건하는 계획을 준비 중이다. 이집트 일간 알아흐람에 따르면 이집트는 가자지구 주민들이 재건 초기에 머물 수 있는 ‘보안구역’을 만들 계획이다. 또 이집트와 국제사회가 가자지구 재건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특히 이집트는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아랍에미리트(UAE) 등 ‘오일 머니’를 통해 재정과 국제사회 영향력을 갖춘 아랍권 산유국들과 관련 계획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의 가자지구 구상에 대한 우려는 미 공화당에서도 제기되고 있다. 미 의회 전문 매체 더힐에 따르면 대표적인 친(親)트럼프 인사 중 한 명인 린지 그레이엄 공화당 상원의원은 17일 상원 대표단 자격으로 이스라엘을 방문한 자리에서 “한 가지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것은 미국이 어떤 방식으로든 가자지구를 점령하려는 의욕이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나는 팔레스타인인이 떠나기를 선택한다면 그들을 수용할 국가를 이스라엘과 함께 찾을 것이지만 우리는 이스라엘이나 다른 이들에 의한 강제 이주에 대해선 논의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기욱기자 71woo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