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 과정에서 경영권 승계비용을 줄이기 위해 불법을 저질렀다는 혐의와 관련해 2심 재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이로써 이 회장은 2016년 관련 수사를 받기 시작한 이래 9년 가까이 짊어져야 했던 사법리스크를 상당 부분 털어내게 됐다. 검찰로선 무리한 기소로 한국 대표기업 총수의 발을 묶어 경영차질을 초래한 데 대한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서울고등법원은 어제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을 위해 이 회장이 주가를 조작하고, 회계분식을 했다는 등 19개 혐의에 대한 검찰의 항소를 전부 기각했다. 두 회사 합병이 승계, 지배력 강화만을 목적으로 했다고 볼 수 없고, 불법적 조치도 없었다는 1심 판단을 유지한 것이다. 대법원 상고 여부에 대한 검찰의 판단이 남아 있지만, 사실 관계를 다루는 1, 2심에서 모든 혐의를 벗은 이상 향후 다른 변수가 발생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문제는 그간 사법 리스크로 야기된 리더십 부재, 그로 인한 신성장동력 투자·인수합병(M&A) 무산과 관련한 피해는 보상받을 길이 없다는 점이다. 삼성전자는 검찰 수사 이전 압도적 선두를 유지하던 메모리반도체, 스마트폰 등 다수의 사업에서 경쟁력을 빠르게 끌어올린 중국 경쟁업체의 도전을 받고 있다. 글로벌 패권 경쟁이 치열한 인공지능(AI) 분야에선 존재감이 약화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막 포문을 연 관세전쟁으로 인해 경쟁력 회복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총수의 사법 리스크는 그 자체로 기업 주가에 악영향을 미쳤다.
검찰은 수사 개시 후 이 회장을 두 차례 소환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구속 사유가 불충분하다는 이유로 법원에서 기각됐다. 2020년엔 자문기구인 검찰수사심의위원회가 10대 3의 의견으로 “수사를 중단하고 불기소하라”고 권고했지만 역시 기소를 강행했다. 당시 수사팀장은 이복현 현 금융감독원장, 검찰총장은 윤석열 대통령이었다. 기소 후 3년 반 만에 나온 1심에서 모든 혐의에 대해 무죄가 선고되자 법조계에서 ‘기계적 항소’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들끓었는데도 항소를 강행했지만 다시 ‘모두 무죄’ 판결이 나온 것이다.
수십 년의 글로벌 경쟁을 거치면서 한국 대기업들은 국내외에서 이중·삼중의 감시를 받으면서 투명성과 준법성이 획기적으로 높아졌다. 그런데도 검찰은 여전히 대기업을 수사를 통해 손봐야 할 대상으로 보는 권위주의적 태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듯하다. 시대착오적 ‘검찰 지상주의’가 기업의 손발을 묶을 때 피해는 결국 기업과 기업인 뿐 아니라 국가 경제와 국민 모두에게 돌아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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