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 합병과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에 관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57·사진)이 2심에서도 1심과 마찬가지로 19개 혐의에 대해 전부 무죄를 선고받았다. 기소부터 선고까지 1252일 걸린 1심에 이어 1년여간 진행된 2심에서도 이 회장은 물론이고 함께 기소된 삼성 전현직 고위 임원 등에게 모두 무죄 판결이 내려진 것이다. 법조계에선 검찰이 무리하게 기소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서울고법 형사13부(부장판사 백강진)는 3일 자본시장법 및 외부감사법 위반, 업무상 배임 등 19개 혐의로 기소된 이 회장에 대해 “공소사실을 모두 무죄로 판단한 원심 판결에 대하여 검사의 항소 이유는 모두 받아들일 수 없고, 당심(2심)에서 추가된 예비적 공소사실 역시 모두 무죄로 판단한다”며 검찰의 항소를 기각했다. 삼성그룹 승계를 위한 부정 합병 혐의나 이를 정당화하기 위한 회계부정 혐의 모두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미전실) 실장과 김종중 전 미전실 전략팀장, 장충기 전 미전실 차장 등 13명에게도 모두 무죄가 선고됐다.
이 회장은 2015년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과정에서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승계하고 그룹의 지배력을 강화할 목적으로 시세 조종 등에 관여한 혐의로 2020년 9월 기소됐다. 검찰은 미전실이 이 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목적으로 이 회장에게 유리한 합병 비율과 시점을 골라 합병을 계획하고,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에서 형식적으로만 검토하도록 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미전실의 사전 검토는 이 사건 합병에 관한 구체적 확정적 검토라 보기 어렵고, 합병 이사회 이후 합병 주주총회에 이르기까지 피고인들이 합병 성사를 위해 수립한 계획은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의 통상적이고 적법한 대응 방안”이라며 검찰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합병 비율이 불공정해 주주에게 손해를 끼친 점 역시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의 발단이 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와 허위 공시 혐의도 입증되지 않는다고 1심과 같이 판단했다. 재판부는 특히 검찰이 항소심 과정에서 “2015 회계연도에 삼성바이오로직스가 특별한 상황 변화 없이 삼성바이오에피스에 대한 지배력을 상실한 것으로 회계 처리한 것은 부정회계”라며 추가한 예비적 공소사실까지도 “(회계 처리) 재량을 벗어난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며 배척했다. ‘예비적 공소사실’이란 주위적 공소사실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를 대비해 추가하는 공소사실이다. 이 회장의 변호인단은 “이번 판결을 계기로 이제는 피고인들이 본연의 업무에 전념할 수 있게 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