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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쿠바 수교안, 국무회의서 ‘극비 의결’ 장관들도 상정 후 알아

한국-쿠바 수교안, 국무회의서 ‘극비 의결’ 장관들도 상정 후 알아

Posted February. 16, 2024 08:58,   

Updated February. 16, 2024 08:58


“한번 삐끗하면 쿠바 당국이 바로 등을 보일 것 같았다.”

정부 고위 소식통은 14일 밤 쿠바와 전격 수교하기까지 비밀 협상 과정에 대해 15일 이같이 전했다. 쿠바가 수교 협상 사실을 북한이 알게 되면 거세게 반발할 것을 우려해 수교 협상 사실을 외부에 절대 알리지 말아달라고 강하게 요구했기 때문이다. 이 소식통은 “이 때문에 007 작전하듯 진행된 보안 유지 과정이 협상 자체 못지않게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미국 뉴욕의 주유엔 쿠바대표부는 5일(현지 시간) 한국대표부로 전화해 “수교하자”고 전격 제안했다. 이후 우리 당국은 쿠바 당국과 긴밀하게 소통하면서 수교 관련 외교 공한을 언제 교환하고 몇 시 몇 분에 공표할지까지 쿠바와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뉴욕 유엔대표부에서 협상이 진행되고 수교에 서명한 것도 쿠바 측이 수도인 하바나에서 대표단과 직통으로 연결해 비밀리에 신속하게 수교를 진행할 장소였기 때문이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설 연휴 기간 쿠바와 최종 합의 결과를 참모로부터 보고받고 승인했다.

● 쿠바 지난해 “일단 만나자” 했지만 수교는 신중

한국이 1959년 피델 카스트로 공산 정권 등장 이후 교류가 단절된 쿠바에 수교를 처음 타진한 건 2014년 무렵이다. 박근혜 정부 당시인 2016년 윤병세 당시 외교부 장관은 쿠바를 방문하기도 했다.

하지만 반복해 문을 두드려도 쿠바의 반응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정부 당국자는 “항상 쿠바 당국은 ‘얘기하면 들어는 보겠지만 답을 주긴 어렵다’는 식으로 반응했다”고 했다. 쿠바 당국의 변화가 감지된 건 지난해였다. 윤석열 정부는 출범 후 쿠바와의 수교를 꾸준히 타진했는데 지난해 초 쿠바 당국에서 “일단 만나 보자”는 답이 왔다는 것. 이후 특히 지난해 하반기에 집중적으로 물밑 교섭이 이어졌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지난해 외교부 장관이 쿠바 측 고위 인사와 3차례 접촉했다”며 “주멕시코 한국 대사가 쿠바를 방문해 당국자와 협의했다”고도 했다. 대통령실은 쿠바에서 재난·재해 발생 시 적극 인도적 지원에 나서는 등 비정치 분야 교류도 동시에 활성화해 우호적인 분위기를 이어나갔다고 설명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지난해 12월 (쿠바의) 하바나 영화제를 계기로 한국영화 특별전을 열어 우호적 분위기도 조성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쿠바는 수교를 하자는 제안에 “쿠바는 ‘다른 고려할 사항이 있다’”며 당장은 어렵다는 거절 의사를 보였다고 전했다. 그러던 쿠바는 5일 수교를 전격 제안했고, 이후 보안은 더욱 강화됐다. 유엔 한국대표부 안에서도 황준국 대사를 포함해 3명만 내용을 공유했다고 한다. 특히 쿠바 측은 우리 측과 소통 때마다 한국 언론 등을 통해 내용이 새나갈 것을 우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소식통은 “관련 당국자들은 수교 전까지 보안 전화 사용할 때도 조심스러웠다”고 했다.

14일 밤 공식적으로 수교 사실을 알리기에 앞서 엠바고(보도 유예)를 걸고 사전 자료 제공도 없었다. 이 역시 쿠바 측이 수교 직전까지 신중에 신중을 거듭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 트럼프 재집권 염두에 두고 韓 손잡은 듯

쿠바는 북한과 1960년 수교 후 군사교류까지 이어가며 ‘형제 국가’로 든든한 우방을 자처해왔다. 북한의 거센 반발이 예상됨에도 쿠바가 전격 한국에 손을 내민 건 결국 심각한 경제난이 결정적인 요인인 것으로 풀이된다.

혁명의 주역인 카스트로 형제의 통치가 2018년 공식적으로 막을 내리고 미겔 디아스카넬 대통령이 권력의 중심에 섰지만 쿠바의 경제난은 여전하다. 정부 당국자는 “국내적으론 경제난 타개책이 보이지 않자 외부로 눈을 돌렸고, 한국이 눈에 확 들어온 것 아니겠느냐”고 했다. 이 당국자는 “지난해 만난 쿠바 당국자가 우리 자동차, 중공업 산업에 대해 잘 알고 있어 놀랐다”고도 했다.

쿠바의 이번 수교 제안이 11월 미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할 상황을 염두에 두고 내린 결정이란 해석도 있다. 트럼프 재집권 시 미국의 제재 압박이 매우 거세질 가능성이 큰 만큼 서둘러 다른 루트를 찾다가 한국의 손을 잡았다는 것. 실제 쿠바는 버락 오바마 정부 당시 미국과 관계가 개선돼 2015년 4% 경제 성장을 이루기도 했지만 이후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양국 관계가 크게 악화된 바 있다.


신진우 nice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