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서방의 잇따른 대러시아 경제 제재 여파로 러시아 사업을 접은 유럽 주요 기업의 손실이 최소 1000억 유로(약 143조 원)에 달한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6일 보도했다. 이 수치에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국제 유가 상승 등의 비용이 포함되지 않아 실제 손실은 훨씬 클 것으로 보인다. 전쟁의 직접 영향권에 있는 유럽의 피해가 상당함을 보여준다.
FT는 600개 유럽 주요 기업의 연간 보고서, 올해 재무제표 등을 분석한 결과 이 중 176개 기업(29.3%)이 러시아 내 사업체 및 지분의 헐값 매각, 폐업 등으로 총 1000억 유로의 손실을 입었다고 보도했다. 특히 에너지, 금융, 전기와 수도 등 유틸리티 관련 기업의 손해가 심했다.
산유국 러시아에서 활발히 활동했던 영국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 네덜란드 셸, 프랑스 토탈에너지 등 유럽 ‘빅3’ 에너지 기업의 손실은 무려 406억 유로(약 58조 원)에 달했다. 이어 은행, 보험, 투자사 등 금융 부문의 손실이 175억 유로, 유틸리티 업계의 손해가 147억 유로였다.
러시아가 올 4월 자국에 비우호적인 국가의 기업 자산을 강제 인수할 수 있는 법안을 통과시키면서 유럽 기업의 피해는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가 비우호 국가라고 규정한 나라의 기업은 러시아 내 자산을 원래 가치의 최대 절반으로만 팔 수 있다. 또 이 매각 대금의 5∼10%를 러시아군에 기부해야 한다.
러시아의 반대에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가입한 핀란드의 가스 수입업체 포르툼이 대표적이다. 러시아는 법안 통과 직후 포르툼의 러시아 자산에 대한 국유화에 돌입했다. 우크라이나 지원에 적극적인 덴마크의 대표 맥주회사 칼스버그, 프랑스 식품업체 다논 등의 자산에도 같은 조치를 취했다.
러시아는 이렇게 거둬들인 돈을 전쟁 비용으로 충당하고 있다. 자국 기업조차 예외는 아니다. 모스크바타임스에 따르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4일 2021∼2022년 10억 루블(약 136억 원) 이상의 수익을 올린 러시아 기업을 향해 “2018∼2019년의 수익을 초과한 금액의 10%를 세금으로 납부하라”고 규정한 법안에 서명했다.
우크라이나는 최근 기존 격전지였던 우크라이나 동부와 남동부 대신 흑해 주둔 러시아군에 대한 공격을 강화하고 있다. 6일에도 러시아가 2014년 강제 병합한 크림반도, 침공 후 러시아가 점령한 헤르손을 잇는 촌가르 다리를 공격했다. 우크라이나는 최근 크림반도와 러시아 본토를 잇는 교량 등을 잇달아 공격하며 이 지역을 고립시키는 작전을 펼치고 있다.
박효목기자 tree624@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