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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들의 ‘솔 드링크’

Posted December. 19, 2022 08:54,   

Updated December. 19, 2022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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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술은 인간을 달래 주지 않는다. 오히려 광기에서 힘을 내게 하고, 운명의 주인이 될 지고의 영역으로 데려간다. 그 어떤 인간도, 여자도, 그 어떤 시나 음악이나 문학이나 미술도, 술이 인간에게 행하는 기능, 중요한 창조 행위를 한다는 환상을 대신하지 못한다. 술은 바로 그러한 창조 행위를 대신하기 위해 존재한다.”―마르그리트 뒤라스 ‘물질적 삶’ 중

 프랑스 작가 마르그리트 뒤라스는 알코올 의존증자였다. 매일 많은 양의 와인을 마시며 글을 썼다. 그의 작품 속엔 술이 중요한 매개체이자 모티브가 된다. ‘물질적 삶’은 뒤라스의 내밀하고 사적인 에세이다. 마흔여덟 편의 글 가운데 가장 마음에 와닿은 챕터는 ‘술’이다. 이 짤막한 글에서 뒤라스는 술에 대한 환멸을 쏟아낸다. 그러면서도 술만이 줄 수 있는 고독감과 창의적인 에너지에 대해 말한다.

 작가들에게 술은 영감이자 위로이다. 미국 작가 찰스 부코스키는 글을 쓰기 이상적인 환경에 대한 질문에 “밤 10시와 새벽 2시, 와인 한 병, 담배, 클래식 음악이 흐르는 라디오”라고 말했다. 그에게 훌륭한 와인이란 “신의 피, 창작에 최고인 물건”이다. 조앤 디디온은 글을 더는 쓰기 힘든 슬럼프가 찾아오면 뜨거운 물에 진을 타서 마신다고 했다. 보통은 진에 얼음과 탄산수를 넣고 토닉 형태로 많이 마시지만 뜨거운 물은 새로운 사용법인 것 같아 실제로 따라 해본 적 있다. 요즘 같은 추운 계절, 잠들기 전 마시는 술인 ‘나이트캡(nightcap)’ 용도로 근사하다.

 시카고 일리노이대의 한 연구진은 ‘코르크를 뽑아 뮤즈를 불러내다: 취기는 창의적 문제 해결을 촉진한다’라는 논문을 통해 취한 사람들이 창의적인 단어 문제를 훨씬 일찍 풀었다고 보고했다. 좋은 술은 언제나 우리가 모르는 저 너머의 세계로 순간을 이동시킨다. 물론 너무 과하게 즐긴다면 돌아오기 힘들어지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