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발등의 불 ‘슬로플레이션’… 취약계층 지원책 급하다

발등의 불 ‘슬로플레이션’… 취약계층 지원책 급하다

Posted December. 04, 2021 08:56,   

Updated December. 04, 2021 08:56

日本語

 지난달 소비자물가가 9년 11개월 만에 가장 높은 3.7% 상승률을 나타냈다. 반면 국민총소득(GNI)은 5분기 만에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국민 호주머니는 비었는데 물가가 오르니 소비 여력은 떨어지고, 경기 회복세도 꺾이고 있다. 경기 둔화 속 물가 상승을 뜻하는 ‘슬로플레이션’ 우려마저 커졌다. 치솟는 물가와 대출이자에 짓눌린 서민들은 생계를 이어가기도 버거운 상황이다.

 체감물가를 보여주는 생활물가지수는 지난달 5.2%나 올라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크게 앞질렀다. 채소나 육류 등 장바구니 물가부터 공공서비스와 석유류까지 안 오르는 게 없을 정도이다. 돈 가치는 떨어졌는데 가계는 쓸 돈도 없다. 국민의 실제 호주머니 사정을 반영하는 GNI는 3분기 0.7% 감소했다. 정부가 재난지원금 등 재정을 퍼부었지만 가계 살림에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뜻이다.

 소득은 주는데 이자와 집세 등 나갈 돈은 많다. 소상공인들은 오미크론 변이 탓에 다시 벼랑 끝에 내몰렸고, 공공일자리 빼고는 일 할 곳이 마땅치 않다. 미래가 불안하니 그나마 있는 돈도 쓰지 않는다. 3분기 소비 성향(처분가능소득 대비 소비지출 비중)은 역대 최저로 떨어졌다. 불안감이 지갑을 닫게 만들고, 이는 다시 경기 둔화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나타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1일(현지 시간) 내놓은 보고서에서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한국은행은 올해 성장률 목표 4% 달성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경기가 꺾이면 투자와 일자리가 줄고, 서민 살림은 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은 “(물가 상승이) 예상보다 지속적”이라고 밝혔다.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를 조기에 올리겠다는 뜻도 내비쳤다. 한국은행도 내년 1월 금리 인상 카드를 검토하고 있다. 금리 인상은 대출 이자를 늘려 서민 가계에 직격탄이 될 수 있다. 대출 규제로 돈을 빌리기도 어렵다. 서민금융연구원은 올해 불법 사금융을 찾는 ‘대출난민’이 10만 명을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지난 2일 “주요국 대비 물가 상승 폭이 낮고 12월에는 상승세가 둔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낙관하기에는 국내외 변수가 많고, 취약 계층은 하루하루 버티기도 어렵다. 정부는 607조 원의 ‘초슈퍼 예산’을 편성했지만 선심성 돈 풀기로는 서민 살림을 떠받치기 어렵다. 예산 집행 과정에서 구조조정과 함께 취약 계층 지원책을 반영하고, 민간에서 투자와 일자리가 늘도록 뒷받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