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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름겨운 밤배

Posted November. 26, 2021 08:37,   

Updated November. 26, 2021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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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 밖 다리께 정박한 배 안에서 하룻밤을 보내며 객수(客愁)에 젖는 시인. 달빛마저 사라진 어둠 뒤로 까마귀 울음이 퍼진다. 서리 기운이 자욱하게 온 천지를 뒤덮었고, 고깃배가 밝힌 어화(漁火)의 명멸 속에 설핏설핏 단풍 잎사귀가 어른거린다. 이때 문득 뱃전에 퍼지는 산사의 종소리, 한밤의 어둠과 정적을 깨는 종소리에 시인의 시름은 끝 간 데 없이 깊어만 간다. 일렁이는 밤배에 묵으며 시름 겨운 불면의 밤을 마주해야 했던 사연은 알 길이 없다. 과거 낙방 후 씁쓸한 귀향길, 아니면 전란 후 타향을 전전한 하급 관리의 향수병 등 억측만 분분하다.

 고소성은 중국 강남의 대표적 수향(水鄕)인 쑤저우(蘇州)의 옛 이름. 마르코 폴로가 ‘동양의 베네치아’라 불렀던 별칭에 걸맞게 도시 전역에 수로가 퍼져 있고, 곳곳에 자그마하고 정교한 다리들이 많다. 풍교는 이 시에 등장한 이후 유명해졌다. ‘300개 아름다운 다리가 물의 고장에 빛나지만, 시에서는 오로지 풍교만이 유명하지’(명대 시인 고계·高啓)란 시구가 이를 증명한다. 이 시의 지명도를 높여준 이는 송대의 구양수(歐陽脩). 그는 절에선 야밤에 종을 치지 않는데 장계가 멋진 시구를 탐하다가 병폐를 드러냈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한밤중의 타종’은 흔한 사례였다. 대문호의 잘못된 지적이 오히려 세인의 관심을 증폭시킨 셈이다.성균관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