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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년전 시골 폐교에 미술관 연다니 다들 미쳤다고 했죠”

“16년전 시골 폐교에 미술관 연다니 다들 미쳤다고 했죠”

Posted June. 29, 2021 08:16,   

Updated June. 29, 2021 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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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남 고흥군 팔봉산 자락에 위치한 남포미술관은 척박한 지역 문화계에서 의미 있는 존재다. 곽형수 관장(71·사진)은 1965년 부친이 설립한 영남중이 학생이 줄어 2003년 폐교되자 이를 미술관으로 바꿔 2005년 개관했다. 돈도, 사람도 부족했지만 소록도 주민들을 위한 문화 활동도 펼쳤다. 주변에선 “미쳤다”고 했다. 최근 그간의 활동을 기록한 백서를 발간한 곽 관장은 “지난 시간이 꿈만 같다”고 말했다.

 곽 관장에 따르면 지방의 작은 미술관은 운영이 힘들었다. 매년 5, 6회 전시를 열 때마다 사비를 보태야만 했다. 작가 섭외, 전시 기획·연출은 모두 곽 관장과 부인 조해정 씨(67)의 몫이었다. 부부는 미술관 설립 후 2년 반 동안 야간대학원을 다니며 예술학 석사 학위를 땄다. 그는 “지역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고 싶었다”면서 “교육을 통해 낙후된 지역사회에 기여한 선친의 뜻을 잇기 위해 미술관 이름에 아버지의 호인 남포(南浦)를 붙였다”고 설명했다. 곽 관장이 꼽은 남포미술관의 정체성도 ‘베풂’이다. 그는 2011년부터 소록도 주민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문화 활동을 하고 있다. 2013년 진행한 ‘아름다운 동행―소록도 사람들’은 소록도의 역사와 한센병 환자들의 애환이 담긴 삶을 담은 대형 벽화 제작 프로젝트로, 예술을 통한 치유의 사례가 됐다.

 곽 관장은 “재정이나 선호도 문제로 학예사 2명을 채용할 수 없는 지역 미술관들은 경력 인정 대상 기관에 포함되지 못해 학예사 지망생들에게 더 외면받고 있다”며 “양극화되는 도시-지역 간 인력 문제를 해소해 지역에서도 문화를 더 누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태언 bebor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