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방역기획관 신설을 둘러싸고 의료계와 정치권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불필요한 ‘옥상옥’이 될 것이라는 우려와 함께 기모란 국립암센터 교수 임명도 적절치 않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윤희숙 의원은 1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백신 확보 전쟁이 한창일 때 (기 신임 기획관이) 일반 국민을 혹세무민했다”고 평가했다. 윤 의원은 방역기획관 신설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기 기획관은) 백신 확보가 중요하지 않다는 발언을 여러 번 했고, 전문가들로부터 ‘자기 분야 학문을 배신하면서까지 정권을 대변한다’는 비판을 받았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앞서 같은 당 황규환 상근부대변인은 전날 “(기 기획관이)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코로나19 확산은 광복절 집회 때문’이라고 발언하는 등 전문가로서 자질을 의심케 하는 진영 논리를 보였다”며 임명 철회를 요구했다. 야당은 기 기획관의 남편인 이재영 더불어민주당 경남도당 양산시갑 지역위원장에 대한 ‘보은인사’ 의혹까지 제기하고 있다.
의료계에서도 비슷한 목소리가 나온다.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은 “코로나19 사태 초기 중국발 입국자를 막지 않고, 백신 확보를 서두르지 않는 등의 정부 실책에 대해 기 기획관이 정당화하는 발언을 많이 해 의료계에서 문제가 크다고 봤다”고 밝혔다. 최 회장은 “방역과 백신 모두 위기인 상황에서 이 같은 인사는 정부의 사태 해결 의지를 의심케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대통령에게 방역에 대한 전문적 조언을 할 사람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늦었지만 백신 수급난의 돌파구 마련을 위해 내외부의 신뢰를 쌓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평가도 있다. 방역당국의 한 고위 관계자는 “이번 인사가 질병관리청에 대한 불신임과 경고의 의미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며 “청와대가 책임을 지고 각계의 의견을 투명하게 수렴하겠다는 자세로 신뢰를 쌓는 과정을 거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규 sunggy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