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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대 입학처장, 학생 채우려 ‘고교 뺑뺑이’

국립대 입학처장, 학생 채우려 ‘고교 뺑뺑이’

Posted February. 25, 2021 08:09,   

Updated February. 25, 2021 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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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남 지역 A국립대 입학처장은 요즘 학생도 없는 고등학교를 계속 돌고 있다. 입학사정관 한두 명을 데리고 방문판매원처럼 학교에 가 고3 담임교사들에게 간절히 호소한다.

 “어디 못 간 학생 있으면 좀 보내주세요.”

 명색이 국립대 처장인데 해본 적 없는 일을 하려니 입술이 바르르 떨린다. 그럼 재빨리 들고 온 물건을 교사 책상 위에 올린다. 그가 준비한 건 체중계 또는 1인용 라면 쿠커. 대학 마크가 박힌 휴대용저장장치(USB메모리)는 이미 교사들 책상마다 풍년이라 아이디어를 내 만든 것이다.

 그가 이렇게까지 하는 건 27일까지 진행되는 추가모집 때문이다. A국립대는 2021학년도 정시모집 경쟁률이 1.6 대 1로 전년에 비해 반 토막이 났다. 추가모집으로 정시 선발 인원(681명)의 절반인 328명을 채워야 한다. 단 한 명이 아쉽다.

 하지만 교사들의 반응은 한결같다. “애들이 없어요. 혹시라도 있으면 신경은 써볼게요.”

 A대 입학처장은 “저출산으로 올해 대학 입학정원이 학생 수보다 8만 명 가까이 많다 보니 애들이 전부 상향 지원을 한 것”이라며 “‘고교 뺑뺑이’를 돌아보지만 100명도 못 채울 것 같다”고 토로했다.

 문제는 앞으로 상황이 더 심각하다는 것이다. 올해는 초저출산이 시작된 해인 2002년생 49만 명이 대학에 입학하지만 3년 뒤 입학하는 2005년생은 43만 명에 불과하다. 조영태 서울대 인구정책연구센터장은 “2024년에는 대학의 4분의 3이 초저출산 세대로 채워지기 때문에 애들이 없어 무너지는 대학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계에서 ‘대학 도미노 붕괴가 3년 남았다’는 경고가 나오는 이유다.


최예나기자 yena@donga.com · 이소정기자 soj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