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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경제실패 인정은 또 다른 ‘노력 전투’ 예고일 뿐

김정은 경제실패 인정은 또 다른 ‘노력 전투’ 예고일 뿐

Posted January. 07, 2021 08:06,   

Updated January. 07, 2021 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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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5일 노동당 8차 대회 개회사에서 “경제발전 5개년 전략이 내세웠던 목표는 거의 모든 부분에서 엄청나게 미달됐다”고 사실상 총체적 경제실패를 자인했다. 김정은은 그 원인으로 ‘일찍이 있어본 적 없는 최악 중 최악의 난국’을 들면서 “첩첩난관을 돌파하는 묘술은 바로 우리 자체의 힘, 주체적 역량을 강화하는 데 있다”고 했다. 1년 전부터 내세운 자력갱생의 정면돌파전을 지속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김정은의 실패 인정은 처음이 아니다. 작년 8월 당 전원회의에서 “국가경제의 목표들이 심히 미진되고 인민생활이 뚜렷하게 향상되지 못했다”고 했다. 이어 10월 당 창건 기념 열병식에선 “면목이 없다”며 글썽이는 ‘눈물 쇼’도 연출했다. 이후 북한은 대대적인 사업총화(결산)에 들어갔고, 이번 당 대회에서 새로운 경제개발 전략을 내놓을 계획이다. 김정은도 “걸림돌이 된 결함들을 대담하게 인정하고 반복되지 않게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하지만 작금의 사정을 볼 때 뭔가 새로운 게 나올 것 같지 않다.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탓에 극도로 피폐해진 처지에서 코로나19 방역을 내세워 국경을 꽁꽁 막으며 자폐(自閉) 상태로 들어갔고 홍수 피해까지 3중고를 겪으면서 북한 경제는 회생불능의 한계에 달했다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결국 남은 것은 ‘주체적 역량’을 내건 주민 노동력 착취 밖에 없다. 이번 당 대회 직전까지 주민들은 ‘80일 전투’를 벌였고, 이젠 또 다른 ‘OOO일 전투’를 치러야 할지 모른다. 2016년 7차 당 대회를 전후해서도 ‘70일 전투’와 ‘200일 전투’가 있었다.

 이른바 최고존엄의 자아비판이 주민들에겐 더욱 가혹한 채찍질로 돌아가는 게 북한 독재체제의 현실이다. 당 간부들은 줄줄이 내리먹이기식 할당량을 부과하고 한파 속에 대규모 노력동원 체제를 이어가며 주민 쥐어짜기에 나설 것이다. 이래선 위기 탈출은커녕 굶주림 속에 쌓여가는 내부 불만의 폭발을 막을 수 없다.

 북한이 살아남는 길은 핵 질주를 멈추고 개혁개방으로 나서는 것뿐이다. 김정은은 어제 핵무기에 대한 직접적 언급은 자제했지만 “조국의 운명을 세세년년 믿음직하게 수호할 강력한 담보를 마련했다”고 자랑했다. 평양 인근 미림비행장에선 또 다시 무력시위를 위한 열병식을 준비하는 모습이 미국 위성사진에 포착되고 있다. 핵으로 먹고 살 수는 없다. ‘핵 보검’의 신화도 더는 주민들에게 먹히지 않는 때가 오고 있음을 김정은은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