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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시위도 틀어막은 보안법... ‘홍콩 독립’ 깃발 들었다고 체포

평화시위도 틀어막은 보안법... ‘홍콩 독립’ 깃발 들었다고 체포

Posted July. 02, 2020 07:48,   

Updated July. 02, 2020 0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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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시행 첫날인 1일 ‘홍콩 독립’이라고 쓰인 깃발을 소지한 남성이 홍콩보안법 첫 위반자로 현장에서 체포됐다. 시위대와 경찰 간 대규모 충돌은 없었지만 홍콩보안법 적용을 두고 곳곳에서 경찰과 시민 사이에 마찰이 빚어지면서 30명 이상이 체포됐다.

 홍콩 경찰은 이날 트위터 공식 계정을 통해 “오후 1시 40분, 홍콩 중심가인 코즈웨이베이 쇼핑지구에서 ‘홍콩 독립’ 깃발을 소지한 남성을 홍콩보안법에 근거해 체포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 남성이 홍콩보안법 시행 이후 첫 체포자”라고 덧붙였다. 이 남성은 별다른 저항 없이 순순히 체포에 응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사건은 홍콩보안법 시행으로 달라진 홍콩의 현실을 상징적으로 보여 준다. ‘홍콩 독립’ 깃발은 이전에도 반중 시위 때 종종 등장했지만 지금까지는 처벌을 받지 않았다. 하지만 전날 제정돼 이날부터 시행된 홍콩보안법에 따르면 홍콩에서 국가 분열을 조장하거나 외부 세력에 홍콩 독립을 호소하는 것도 처벌할 수 있도록 돼 있다. 경찰이 경미한 행위라고 판단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이나 벌금에 처해지며 사안이 중할 경우 무기징역형까지 받을 수 있다.

 홍콩 반환 23주년 기념일이기도 한 이날 홍콩보안법에 반대하는 야권과 시민사회단체들은 시위를 예고했지만 경찰의 철저한 현장 봉쇄로 대규모 시위는 이뤄지지 못했다. 홍콩 밍보에 따르면 시위대는 산발적으로 구호를 외치거나 피켓을 들었고 이 과정에서 홍콩 경찰은 최소 30명을 홍콩보안법 위반 혐의로 체포했다. 영국 가디언은 일부 시위 참가자의 트위터를 인용해 “대표적 반중(反中) 인사인 리척얀(李卓人) 홍콩시민지원애국민주운동연합회(支聯會·지련회) 주석이 연행됐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7월 1일 홍콩에서 ‘범죄인 인도법안(송환법)’을 막기 위해 55만 명이 모였던 것과 달리 시위가 축소된 것은 구심점을 잃은 것이 중요한 원인으로 보인다. 전날 홍콩 민주화 운동의 주역인 조슈아 웡이 속한 데모시스토당을 포함해 홍콩 시민사회단체 7개가 동시에 해체 선언을 했다. 또 홍콩 경찰이 적극적으로 보안법 위반자 체포에 나선 것도 시위대를 위축시킨 것으로 분석된다.

 홍콩 현지의 한 관계자는 “예전에는 시위 시작 2, 3시간 전부터 빅토리아공원에 사람들이 밀집해 있었다”면서 “오늘 시위는 전혀 그런 분위기가 아니다”라고 전했다. 특히 지난달 27일에 예고됐던 시위가 흐지부지되면서 대규모 시위 동력을 상실했고, 홍콩보안법까지 시행되면서 “더 이상 과거와 같은 대규모 시위는 보기 어려울 것 같다”고 이 관계자는 덧붙였다.

 반면 홍콩 정부는 자축 분위기다. 캐리 람 행정장관은 이날 홍콩 반환 23주년 기념식에서 “홍콩보안법 제정은 반환 이후 중앙정부와 홍콩 간 관계의 가장 중요한 발전”이라면서 “주권과 영토를 수호하고 안전제도를 유지하는 역사적인 한걸음이고 홍콩 사회가 안정을 회복하는 데 필요한 적시적인 결정”이라고 말했다.


김기용 k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