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경제 충격을 덜기 위해 시민들에게 지급할 수표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이름을 넣으라고 지시했다고 14일 워싱턴포스트(WP)가 보도했다. 미 대선을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정치적 선전을 위해 세금을 이용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WP에 따르면 미 재무부는 전날 코로나19 경기부양책에 따라 시민들에게 지급할 수표 왼쪽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라는 문구를 인쇄하라고 수표 발행을 관리하는 국세청에 지시했다. 국세청이 발행한 수표에 대통령의 이름이 등장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달 27일 성인 1인당 최대 1200달러(약 146만 원)를 지급하는 등 2조2000억 달러(약 2675조 원) 규모의 초대형 경기부양책을 발효했다.
당초 트럼프 대통령은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에게 자신이 수표에 정식으로 서명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하지만 재무부는 지급하는 수표에 서명할 권한이 없는 데다 정부 발행 수표에는 정파성 논란을 피하기 위해 임명직 공무원이 서명하는 것이 관행이라며 반대했다. 이 때문에 수표 메모란의 ‘경제적 충격에 따른 지급’이라는 문구 아래에 트럼프 대통령의 이름을 담게 됐다고 WP는 전했다. 서명을 담는 작업으로 지급 시점이 수일가량 늦어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름이 들어간 수표를 받는 미국인은 약 7000만 명에 달한다. 이들은 대부분 저소득층으로 은행 계좌 정보가 없어 우편으로 수표를 받게 된다. 미 국세청은 이르면 다음 주부터 9월까지 매주 수표 500만 장을 우편으로 지급할 계획이다. 계좌 정보가 있는 시민들은 계좌로 직접 수표를 받게 된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선거 운동이 사실상 중단된 가운데 시민들에게 지급되는 수표에 트럼프 대통령의 이름이 들어가면서 ‘세금의 정치화’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은 호황기였던 2001년 시민들에게 300∼600달러씩 수표를 지급하면서 수표와 동봉한 편지에 ‘당신의 돈을 돌려드립니다’라는 문구를 넣어달라고 국세청에 요청했다. 당시 국세청은 ‘지나치게 정치적’이라는 이유로 이 요청을 거부했다. 야당인 민주당 소속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지난주 코로나19 수표에 트럼프 대통령의 서명 또는 이름이 들어가는 것을 반대한 바 있다.
이윤태기자 oldspor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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