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형은행의 위험거래를 규제하고 대마불사()를 종식시키려는 금융규제 법안인 볼커룰(Volcker rule)이 글로벌 금융위기 발생 5년 만에 모습을 드러낸다. 월가의 대형은행들은 감독 당국을 대상으로 소송을 준비하는 등 파장에 긴장하고 있다.
9일 미 주요 언론에 따르면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증권위원회(SEC) 등 5개 금융감독기구는 A4 용지 1000장 분량의 볼커룰 최종안을 10일 표결해 승인한다. 볼커룰은 2010년 통과된 금융개혁법안인 도드 프랭크법의 핵심 하위법안으로 폴 볼커 전 연준 의장이 제안했다. 2011년 초안이 마련되었지만 월가의 강한 반발과 감독당국의 이견으로 최종안 마련이 미뤄졌다.
뉴욕타임스(NYT)와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사전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볼커룰은 이전 초안보다 훨씬 강화됐다. 은행이 자기자본이나 돈을 빌려 주식매매 등을 할 수 없도록 규정한 것은 물론이고 고객의 자산을 사고 팔 때도 고객이 과거에도 유사한 거래를 주문했는지를 보여 주는 문서를 제출해야 한다. 은행이 고객의 주문인 것처럼 가장해 자기자본 거래를 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다. 또 자기자본 거래를 통해 수익을 올린 직원들에게 보너스를 지급해 온 관행을 없애도록 했다. 더이상 위험회피(헤지Hedge)를 목적으로 파생상품 및 사모펀드에 투자할 수 없게 된다.
은행들은 볼커룰이 합법적인 거래행위까지 막고 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적용대상에 속한 대형은행들은 공동으로 로펌 깁슨 듄을 소송대리인으로 5개 감독기구에 대한 소송을 준비 중이다. 국제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볼커룰로 인해 8대 은행이 치러야 할 비용이 최대 100억 달러(약 10조5150억 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여기에 은행들이 수익성 높은 투자은행 업무를 계속하려면 해당 부문을 분리해 별도 회사로 상장해야 하는 등 구조조정 압력도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볼커룰의 시행은 내년 7월로 예정되어 있다. 10일 표결 후 은행이 준비기간을 갖도록 1년 연장하는 방안을 내놓을 수도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뉴욕=박현진 특파원 witness@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