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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먹 썼으면 다신 안그럴거라는 약속해야

Posted July. 27, 2013 03:14,   

박철수는 반드시 개성공단을 재가동시키라는 상부의 지령을 받고 온 게 분명해 보였다. 그런데도 진전이 없었으니 매번 회담이 끝날 때마다 죽을 맛이었고 평양 돌아가서도 많이 혼났을 거다.

이달 초부터 이어진 개성공단 남북 당국 간 실무회담을 지켜본 한 정부 관계자는 북측 박철수 수석대표의 태도를 이렇게 분석했다. 절실함과 조바심이 동시에 느껴졌다고 한다. 그런 박 수석대표가 왜 25일 6차 회담을 끝내고 남측 기자실 난입 소동까지 벌이며 판을 엎어 버렸을까.

북측 박 수석대표는 25일 6차 회담에서 오늘 내로 논의를 마무리 짓자며 서두르는 모습을 보였다고 한다. 오후 종결회의에서 남측 김기웅 수석대표가 차기 회담 일정을 잡자고 제안하자마자 결렬하자는 겁니까?라며 결렬이라는 단어를 먼저 꺼내며 강하게 반발했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이 (대규모 열병식을 예고한) 727 기념일(전승절) 전에 어떻게든 마무리하려고 했던 것 같다며 아무리 밀어붙여도 우리(남한)가 꿈쩍하지 않으니까 과거에 되풀이해 온 수법대로 일단 세게 치고 나온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조선중앙통신은 26일 새벽 제6차 실무회담 소식을 전하면서 남측이 실무회담에서 노골적인 지연 전술을 썼다고 비난했다. 이 통신은 남측이 공업지구 가동 중단의 책임이 북측에 있다느니, 피해보상이니 뭐니 하는 심히 무례한 주장만을 고집해 나섰다고 주장했다. 이어 오후 4시도 되기 전에 회담을 일찌감치 걷어치우고 다음번에 보자는 식으로 노골적인 지연 전술에 매달렸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북한은 이날 오전 9시 판문점 연락관 채널을 통한 남북 간 개시 통화에는 정상적으로 응했다.

정부는 26일 북한을 향해 경고한 중대 결심이 개성공단의 영구 폐쇄를 의미한다는 점을 부인하지 않았다. 본보 26일자 A13면 참조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서로가 말싸움을 할 수는 있지만 주먹을 썼다면 다시는 하지 않겠다는 약속이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며 분명하고 구체적이고 확실한 보장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한이 한국 언론의 보도 등을 문제 삼아 최고 존엄 훼손이란 막연한 이유로 개성공단 가동을 일방적으로 중단시킨 행위를 말싸움이 아닌 주먹을 휘두른 일방적 폭력으로 심각하게 규정한 것이다.

북한이 5차례나 합의안과 수정안을 내놓으며 성의를 보였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자꾸 표현만 바꿔 가며 같은 주장을 되풀이한 것을 성의라고 볼 수는 없다며 중요한 것은 실질적인 협의의 내용이라고 지적했다.

정부는 재발 방지와 관련해 일방적인 통행 제한, 근로자 철수 등 북한이 해서는 안 되는 구체적인 행동들을 합의서 문구에 넣어야 하고 책임의 주체도 북측이라고 명시하도록 요구해 왔다. 그러나 북한은 이를 거부하면서 앞으로도 남측이 원인을 제공한다면 개성공단 가동 중단 사태가 재발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고수했다. 그 원인이 무엇이냐는 질문에는 모호한 답변으로 피해 갔다고 당국자들이 전했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