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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마찰에 식어가는 일한류 한류막을 새 바람 찾아라

외교마찰에 식어가는 일한류 한류막을 새 바람 찾아라

Posted July. 03, 2013 08:17,   

일본 미야기() 현 센다이() 시 외곽에 사는 센시 마사코(80여) 씨. 그는 15년 전 남편이 세상을 떠나자 삶의 의욕을 잃었다. 집 밖을 나가지 않고 기력도 눈에 띄게 떨어졌다. 그런 센시 씨에게 2003년 4월 제2의 인생을 위한 전기가 찾아왔다. NHK방송에서 한국 드라마 겨울연가()를 보면서 새로운 활력을 찾았다. 딸 센시 미카(53) 씨는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고관절염으로 고생했으나 박용하 콘서트에 가기 위해 스스로 방을 나왔다. 박용하와 악수한 엄마는 어린애처럼 좋아했다고 말했다. 센시 씨는 엄마가 처음엔 용사마(일본팬들이 부르는 배용준 애칭)를 좋아했고 그 후 한국 가수에게 빠졌다고 말했다. 2005년 센시 씨는 태어나 처음으로 여권을 만들어 한국에 왔다. 류시원의 생일 파티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올해 들어 아베 신조() 총리가 침략의 과거사를 부정하고 2차대전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신사 참배를 두둔하면서 한일 관계가 급속히 냉각됐다. 하지만 센시 씨는 항상 1주일에 두 번 차를 타고 센다이 시내에서 한국말을 배운다. 한국 가수의 공연이 있으면 도쿄()까지 달려온다. 지난해 여름부터 한일 관계는 급속도로 냉각됐고 양국 갈등은 갈수록 심연으로 빠져들고 있지만 그에게 이런 한일 간 외교 갈등은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겨울연가가 일본에서 한류() 붐을 일으키기 시작한 지 10년이 됐다. 그동안 일본 내 한류는 어떻게 변했을까.

일본을 강타한 겨울연가는 한국에 대한 인상을 바꿔놨다. 2004년 12월 일본 내각부가 전국 성인 3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한국에 친밀감을 느낀다고 한 사람은 56.7%로 1978년 조사를 시작한 이래 가장 높았다.

드라마에서부터 불기 시작한 한류 바람은 가요와 게임, 음식 등으로 퍼져갔다. 2005년 4월 탤런트 겸 가수 류시원이 일본에서 발매한 싱글 사쿠라()가 발매 당일 음악차트인 오리콘 데일리 싱글차트 1위에 올랐다. 이후 소녀시대, 카라 등 한국 가수들이 대거 일본 시장에 진출하며 케이팝 붐을 이끌었다. 2005년 2227만 달러(약 250억 원)였던 대일 가요 수출액은 2011년 2억401만 달러로 수직 상승했다. 같은 기간 게임 수출액도 2억4054만 달러에서 6억5150만 달러로 커졌다.

탄탄대로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한류가 무섭게 기세를 올리던 2005년 7월 만화 혐한류()가 나왔다. 한류 붐에 역으로 편승해 자극적인 표현으로 한국을 비판했다. 발매 1년 만에 67만 부가 팔려 베스트셀러로 올라섰다.

사마네() 현의 다케시마(독도의 일본식 명칭)의 날 제정(2005년 2월),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의 야스쿠니()신사 참배(2006년 8월) 등으로 한일 관계가 급랭했을 때마다 우익들은 한국 때리기에 목소리를 높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드라마, 음반, 게임 등 문화콘텐츠 수출액은 꾸준히 늘었다. 김영덕 한국콘텐츠진흥원 일본사무소장은 정치나 외교의 영향을 받지 않을 정도로 일본에 한류 문화가 뿌리내렸다고 해석했다.

하지만 지난해 8월 이명박 전 대통령이 독도를 방문한 이후 기류 변화도 감지된다. 극우 인사들이 드러내놓고 혐한을 외치고 있다. 도쿄 시내 신오쿠보 한인 타운에서는 올해만 11차례 반한 시위가 열렸다. 한국인을 모두 죽여라, 한국 여성을 강간하라 등 구호도 살벌하다. 보수 성향의 아베 정권이 들어서면서 일반인들의 우경화 현상도 뚜렷하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과거처럼 맘 편히 한류를 즐기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주부인 다케우치 사쿠라(43) 씨는 과거에는 한국 드라마를 봐도 남편이 아무 말도 안 했는데 요즘은 신경질적으로 반응해 눈치가 보인다고 불평했다. 미야자키 유코(55여) 씨는 아주 친한 친구 아니면 한류 이야기는 피한다고 말했다.

한인 업체들은 한류 인기가 예전 같지 않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신오쿠보의 한 음식점 경영자는 2000년대 말부터 한류 붐이 서서히 꺼지고 있는 시점에 혐한 시위가 결정타를 날렸다며 신오쿠보에 있는 한인 매장 중 거의 대부분이 매출 타격을 입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 제품의 판매도 주춤하다. 일본에 진출한 한국 식품업체들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이 1030% 줄었다. 김진영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도쿄지사장은 일본 소매상들이 한국 상품 판촉전도 마음대로 못 한다며 판촉전을 하면 우익들이 전화 테러를 하기 때문에 대형 소매점들이 한국 상품을 꺼내 놓을 수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 속에서 한류 재비상()을 위한 시도도 눈에 띈다. 한국관광공사는 한일 프렌드십 페스티벌 2013을 6, 7일 도쿄돔시티에서 연다. 한류스타를 초청하고 한식, 패션, 한글교육 등 홍보부스를 만들어 한국 체험 기회를 제공할 예정이다. 같은 기간 신오쿠보에서는 주일 한국 대사관 주도로 한국 식품명인 제품 홍보전시회를 연다. 일본인들에게 한국 식품을 시식하게 해주는 것이다.

강중석 한국관광공사 도쿄지사장은 최근 한일 갈등, 엔화 약세 등 영향으로 일본인들이 한국에 대한 관심이 뚝 떨어졌다며 한류 바람을 다시 일으키기 위해 각종 문화 행사에 온 힘을 쏟고 있다고 말했다.

도쿄=박형준배극인 특파원 love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