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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싸이 아버지 회사 테마주

Posted October. 18, 2012 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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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서울광장에서 열린 싸이의 공연은 시종 뜨겁고 흥겨웠지만 숙연한 순간도 있었다. 싸이가 자라면서 숱하게 애 먹인 아버지께 죄송함을 얘기하며 노래 아버지를 불렀을 때다. 너무 앞만 보며 살아오셨네/어느새 자식들 머리 커서 말도 안 듣네무섭네 세상 도망가고 싶네 젠장 그래도 참고 있네 맨날/아무것도 모른 채 내 품에서 뒹굴거리는/새끼들의 장난 떄문에 나는 산다/힘들어도 간다 여보 얘들아 아빠 출근한다/아버지 이제야 깨달아요 어찌 그렇게 사셨나요/더 이상 쓸쓸해 하지 마요 이젠 나와 같이 가요 2005년 싸이가 직접 쓴 곡으로 래퍼에게 이런 감성도 있나 싶다.

이 노래로 아버지 박원호 씨는 싸이와 화해했다. 박 씨는 상장회사 (주)디아이의 대표이사 회장이자 오너다. 아들에게 사업을 물려주고 싶어 아들의 가수 데뷔를 말렸지만 아들은 잘 모르는 일을 예단하지 말라며 대들었다. 말썽쟁이 아들의 아버지에 대한 엇나가기가 싸이를 이끈 추동력이 아닌가 싶다. 그가 엄친아로 착실하게 성장해 사업가가 됐다면 우리는 가수 싸이를 잃었을 것이다.

메모리칩 검사 장비를 만드는 디아이는 싸이와 아무 상관이 없지만 싸이와 함께 주가가 출렁인다. 3월말 1300원 수준이었던 디아이의 주가는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의 대선 출마설이 나돌면서 2000원대로 뛰었다. 정 전 위원장이 박 씨의 경기고 선배로 싸이의 결혼식 주례였다는 황당한 이유였다. 강남스타일과 함께 주가는 다시 급등해 15일 1만3100원을 기록했다. 이른바 테마주다. 디아이는 2011년과 2012년 상반기에 각각 31억원, 35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냈다. 이런 주가는 반드시 폭락한다. 디아이도 16, 17일 하한가를 기록해 17일 9500원으로 마감했다.

대학생 대출을 받아 주당 1만3천100원에 700주를 샀다 싸이와 아무 상관없는 걸 왜 이제야 느껴지는지 금융감독원 등이 여러 번 경고할 때 정신 차렸어야 했는데 싸이의 미니홈피에 올라온 투자자들의 탄식이다. 하한가가 풀어지도록 (싸이가) 한마디만 해달라는 어처구니없는 요청도 있다. 금감원은 디아이의 주식거래에 작전세력이 개입됐을 가능성을 살피고 있다. 아들 때문에 그렇게 애 먹던 박 씨는 이제 주가 때문에 머리를 썩이게 됐다.

허 승 호 논설위원 tiger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