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끼리끼리 배당+허수아비 이사회+뒷북 공시=기업건전성 추락

끼리끼리 배당+허수아비 이사회+뒷북 공시=기업건전성 추락

Posted February. 01, 2012 03:24,   

#1. 지난해 1월 상장사인 롯데쇼핑은 전년 순이익 1조101억 원 가운데 4.3%인 435억 원을 주주들에게 배당했다. 반면 비상장사로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3세가 100% 소유한 비엔에프통상은 2008년과 2010년에 각각 전년 순이익의 87%와 59%인 20억 원과 10억 원을 각각 배당했다. 이 회사 매출액의 70% 남짓은 롯데쇼핑에 납품하면서 나온다.

#2. CJ그룹 계열사 제일제당은 7명의 이사 중 4명이 사외이사다. 언뜻 보면 모범적인 이사회 구성이지만 2011년 8차례 이사회에서 계열사 주식 매수, 금융회사 지분 처분 등 중요 안건에 대해 이들 사외이사는 단 한번도 반대의견을 내지지 않았다. CJ E&M에는 선임된 이후 이사회에 한번도 참석하지 않은 채 6개월 만에 물러난 사외이사도 있었다.

동아일보 경제부와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이 공동으로 20대 그룹 중 총수가 있는 16대 그룹의 경영 건전성 점수를 매긴 결과 100점 만점에 42.1점의 낙제점이 나온 것은 배당(경영과실 배분)과 이사회 운영, 공시 부문에서 낮은 평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이번 평가에서는 주주권리 보호 이사회 공시 감사기구 배당의 5개 부문을 대상으로 했다.

일반 주주 외면한 이사회와 배당

배당을 주로 반영하는 경영과실 배분 부문의 점수는 평균 22.2점에 그쳐 5개 부문 중 가장 낮았다. 이는 롯데쇼핑 계열의 비엔이프통상처럼 총수 일가가 지분을 가진 비상장사를 통해서는 통 큰 배당을 하면서도 정작 상장 계열사 주주들에게 이익을 돌려주는 데는 인색한 점이 낮은 점수가 나온 주원인이었다.

이사회 부문 점수도 2007년 36.3점에서 2011년 28.9점으로 크게 하락했다. 이사회 부실은 재계 2위인 현대자동차 그룹도 예외가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HMC투자증권을 제외한 전 계열사가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이 분리되지 않았고 경영성과를 측정하고 성과급 등의 보상수준을 결정하는 보상위원회가 존재하지 않았다. 이사에 대한 사내외 교육기회도 거의 없다시피 한 것으로 평가됐다.

공시 부문 점수는 45.7점에서 35.3점으로 10점 넘게 하락해 5개 부문 중 가장 크게 퇴보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표적 사례인 LG전자는 지난해 11월 초 증시 개장 전부터 유상증자를 실시할 것이라는 외신보도가 잇따라 거래소가 공시를 요구했으나 LG전자는 하루 종일 묵묵부답이었다. 증시가 끝나고 오후 6시가 돼서 유상증자를 한다는 공시를 내보냈다. 이미 LG전자 주가가 13.7% 떨어지고 LG그룹주 전체가 동반 추락하는 LG발() 충격이 증시를 뒤흔든 후였다. 정재규 기업지배구조원 실장은 지배구조에 대한 관심이 떨어지면 가장 먼저 나빠지는 게 이사회, 공시 등 견제 시스템이라고 지적했다.

그룹 간 건전성 격차, 더 벌어져

두산과 현대차, 한화, 동부그룹은 건전성 점수가 올라가 눈길을 끌었다. 나머지 12개 그룹의 점수가 모두 하향곡선을 그려 이들 4개 그룹과의 점수 차이는 더 벌어졌다. 부동의 1위를 지킨 두산과 꼴찌를 벗어나지 못한 롯데의 점수 차이는 무려 27.5점으로 2007년(17.3점)보다 10점 이상으로 커졌다.

두산은 각 계열사의 이사회에 내부거래위원회를 설치했다. 의무 설치 조직이 아니었지만 이 위원회를 통해 계열사간 내부거래를 사전 심의함으로써 계열사간 거래의 투명성을 높였다. 이 덕분에 자기자본 대비 계열회사에 대한 지급보증 또는 담보 제공액이 2007년 0.07%에서 2011년 0.014%로 감소했다. 또 총 매출액 대비 계열회사에 대한 매출액 비중도 15.2%에서 6%로 크게 줄었다.

반면 롯데는 감사기구, 이사회 등 모든 영역에서 전반적으로 낮은 점수를 받았다. 특히 롯데삼강은 16개 그룹의 계열사 가운데서도 가장 낮은 점수를 받았다. 현재까지도 주주총회에 전자 또는 서면 투표제를 도입하고 있지 않고 주주총회 소집통지도 법적 기한(개최 2주 전)이 다 되어서야 보낸 것으로 나타났다. 이사회도 사외이사 후보추천위원회나 보상위원회가 설립돼 있지 않았다. 사외이사 비중이 겨우 법적 기준인 25%를 충족하고 있는 수준이라는 점도 낮은 점수의 원인으로 꼽혔다.

GS, STX, 한진, CJ, 금호 등도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STX와 GS는 높은 내부거래 비중이 발목을 잡았다. GS아이티엠은 허창수 GS그룹의 회장의 외아들 허윤홍 씨 등 허씨 일가 18명이 93.34% 지분을 소유한 그룹의 정보처리 서비스 업체. 2010년 이 회사는 1012억 원의 매출을 올렸지만 이 중 817억 원이 계열사를 통한 매출이었다. 허창수 회장의 조카인 11세 허정홍, 9세 허석홍 씨가 100% 지분을 보유한 또 다른 계열사 STS로지스틱스는 58억 원에 이르는 2010년 매출 100%를 GS칼텍스의 석유제품 운송 거래에서 벌어들이고 있었다. 강덕수 STX 회장의 두 딸이 대주주인 STX건설의 계열회사를 통한 매출 비중도 75.6%나 됐다. 김현철 서울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는 기업이 지배구조를 투명하게 만들려면 정부가 압박하는 것으로는 한계가 있다라며 결국 경영진의 인식이 높아지고 이를 평가하는 사회적인 의식수준도 강화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장윤정 이은우 yunjung@donga.com libr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