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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도스 단독범행 손턴 경 바닥부터 재수사 팔걷는 검 (일

디도스 단독범행 손턴 경 바닥부터 재수사 팔걷는 검 (일

Posted December. 09, 2011 07:53,   

서울시장 보궐 선거 날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에 대한 디도스(DDoS분산서비스 거부) 공격을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는 한나라당 최구식 의원의 수행비서 공모 씨(27)가 나경원 후보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혼자 일을 꾸몄다고 자백한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정치적으로 예민한 선거에서 투표율에 영향을 주는 중대 범죄를 운전기사 겸 수행비서의 단독범행으로 보기엔 무리가 있어 사건 배후를 보호하려는 꼬리 자르기란 의혹이 일고 있다.

공 씨, 공격 전 국회의장 비서와 상의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는 8일 공 씨가 고향후배 강모 씨(25)에게 선관위에 대한 디도스 공격을 지시한 혐의를 시인했다고 밝혔다. 공 씨는 경찰조사에서 나 후보가 의원이 최구식 의원과 가까운 사이인 만큼 나 후보를 돕는 게 최 의원을 돕는 길이라고 생각했다며 선관위가 마비되면 투표소를 찾기 힘들어지고 그럼 젊은 층 투표율이 떨어져 한나라당에 유리할 것으로 생각했다고 진술했다. 선관위 공격 목적에 대한 세간의 의혹이 그대로 맞아 떨어진 셈이다.

공 씨는 또 선거 전날인 10월 25일 밤 박희태 국회의장 비서 김모 씨(30)와 한나라당 공성진 전 의원의 전 비서 박모 씨(35) 등 5명과 가진 술자리에서 범행을 결심했다고 진술했다. 공 씨는 경찰조사에서 술자리 참석자들과 내일 재보선과에 관한 얘기를 나누다 문득 선관위 홈페이지를 공격하면 투표율을 떨어뜨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예전에 강 씨가 도박사이트를 마비시킨 적이 있다고 자랑한 적이 있어 공격을 지시하게 됐다고 말했다.

경찰 조사 결과 공 씨는 그날 술자리에서 김 씨와 범행 계획을 상의한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에 따르면 공 씨는 이날 오후 11시 40분 경 강 씨에게 선관위와 박원순 후보 홈페이지에 대한 디도스 공격이 가능한 지를 알아보라고 한 뒤 룸살롱 안에 있던 김 씨를 밖으로 불러내 (선관위 홈페이지를) 때리삐까예(다운시킬까요?)라고 물었다. 공 씨는 몇 시간 뒤인 26일 오전 1시 40분 경 강 씨로부터 (테스트 공격을 해보니) 된다는 답이 오자 김 씨를 다시 룸살롱 화장실로 데리고 들어가 된다는데요라며 공격 의사를 밝혔다. 김 씨는 그럼 안 된다. 경찰에 잡혀간다며 공 씨를 만류했다고 진술했지만 공 씨는 투표가 시작되는 오전 6시부터 하라며 공격을 지시했다. 경찰 조사 결과 공 씨가 선관위에 대한 공격인 실제 시작된 26일 오전 79시에 김 씨와 5차례에 걸쳐 통화하며 범행 내용과 파장에 관해 대화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30일 체포된 공 씨는 계속 혐의를 부인해오다 8일 오전 4시경 밤샘조사 과정에서 심경변화를 일으켜 범행을 털어놨다. 김 씨도 당초 술자리에서 디도스의 디자도 안 나왔고 병원 투자 문제로 얘기했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다가 동석했던 박 씨가 사실대로 말해라. 이대로 가면 우리 다 죽는다고 설득해 마음을 바꾼 것으로 전해졌다.

과연 단독범행일까?

경찰은 공 씨와 김 씨의 진술이 상당부분 일치하는 만큼 자백에 신빙성이 있다고 보고 단독범행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공 씨가 선관위에 대한 사이버테러를 사전에 다른 사람과 공모했다는 내용의 진술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며 선거 전날 술자리에서 범행을 결심했을 개연성이 높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공 씨는 사건 당시 강 씨가 필리핀에 체류 중인 사실을 몰랐다. 강 씨 역시 당시 필리핀의 모처에서 술자리에 함께 하던 공범 황모 씨(27)에게 공 씨에게 전화가 오면 네가 대신 받으라고 한 뒤 먼저 잠을 자는 등 미리 손발을 맞춘 흔적이 없다는 것이다. 경찰은 또 이들이 선관위 디도스 공격을 치밀하게 계획했다면 필요한 좀비 PC를 규모를 확인하기 위해 공격 시연을 훨씬 일찍 해봤을 텐데 범행 직전인 26일 오전 1시경에야 시연해본 점도 우발적 범행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경찰은 사건에 배후가 따로 있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경찰은 공 씨를 상대로 사전에 범행을 모의했는지, 정치권 인사 등 제 3자가 개입돼있는 지, 범행 후 사후 보고를 한 정황은 없는 지 등을 추궁할 예정이다. 경찰은 특히 공 씨가 범행 직전인 26일 오전 3시경 5분가량 통화를 고향 친구 차모 씨를 상대로 공 씨가 범행과 관련해 모종의 뒷얘기를 한 적이 있는지 등을 캐묻고 있다.



신광영 ne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