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통 크게 약속을 지켰다. 5000억 원에 이르는 이번 주식 기부는 당초 2006년 정 회장이 약속한 8400억 원 사재 출연의 일환이다. 그러나 개인 기부로는 사상 최대 액수를 한꺼번에 내놓기로 한 데에는 최근의 사회적인 이슈도 영향을 줬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이번 기부에는 최근 강조되고 있는 대기업의 사회적 역할과 노블레스 오블리주에 대한 고민도 영향을 미쳤지만 정 회장은 저소득층 우수 대학생들이 학업을 위해 대출을 받아 힘들어하는 사연들을 특히 가슴 아프게 생각했다고 말했다.
미래 인재 육성에 쓰일 5000억 원
이번 기부는 저소득층에게 교육의 기회를 제공해 미래 인재를 육성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정 회장은 저소득층 인재 육성이 한국 사회의 건강한 미래를 위해 중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5000억 원은 배임 및 횡령 등의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던 정 회장이 사회 공헌을 위해 설립한 해비치 사회공헌문화재단에 추가로 출연된다.
해비치 재단은 설립 이후 교통사고 피해 가정과 예술 전공 학생, 천안함 유자녀들의 교육 지원 등 장학 지원 및 다문화가정과 문화예술 교육 지원을 주로 해왔다. 정 회장이 이미 출연한 1500억 원은 이러한 교육 지원 사업에 썼다. 이번 기부금은 이런 활동을 강화해 해비치 재단이 저소득층 우수 인재를 발굴하고 육성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데 사용할 계획이다. 국가유공자 자녀 교육을 지원하고 첨단 분야의 과학영재를 발굴해 세계적 인재로 육성하는 데에도 사용할 예정이다.
5000억 원은 또 저소득층 대학생 지원에도 쓰일 예정이다. 정 회장은 대학생들이 학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높은 이자의 대출을 받았다가 신용불량자가 되는 사회 문제에 많은 관심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해비치 재단은 이희범 전 산업자원부 장관이 이사장으로, 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과 손지열 전 대법관, 신수정 전 서울대 음대 학장 등 사회 각계 인사들이 이사로 참여해 운영되고 있다.
기부의 패러다임 전환 움직임
그동안 국내에서의 기부는 대기업 총수가 개인 돈을 내기보다는 주로 법인을 통해 기부를 하는 것으로 이뤄져 왔다. 정 회장이 기부를 하기보다는 현대차그룹이 기부를 하는 식이었다. 그러나 정 회장의 이번 5000억 원 사재 출연으로 인해 이런 법인 기부가 개인 기부로 바뀔 것인가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최근 정 회장의 동생인 정몽준 한나라당 의원이 2000억 원의 현금과 주식을 아산나눔재단에 기부하는 등 대규모 개인 돈 기부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회장의 빌 앤드 멀린다 재단과 록펠러 재단 등 해외에서는 개인의 자산으로 기부 활동을 하는 경우가 많다.
재계 관계자들은 미국 등 외국과는 달리 국내에서 기업인 개인의 기부가 활발하지 못한 데는 세제 등 정책적인 문제도 있지만 개인 재산은 자식에게 물려줘야 한다는 전통적인 인식의 탓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범현대가의 연이은 거액 기부로 이 같은 풍토에 변화가 초래될 것인지 관심이 모아지는 이유다.
김선우 한상준 sublime@donga.com alwaysj@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