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원전 사태에 대한 도쿄전력의 허술한 보고를 그대로 믿고 발표하는 바람에 결과적으로 번번이 거짓말을 한 꼴이 됐다. 원전 사고는 국민의 생명과 직결될 수 있는 만큼 처음부터 정부가 제대로 챙겼으면 사태가 이만큼 심각해지지 않을 수 있었을 것이다. 신속하고 정확한 정보 공개가 이뤄지지 않아 혼란과 국민의 불안감을 키운 것도 문제였다. 일본 정부는 원전 문제가 불거지고 닷새 뒤에야 대책본부를 가동했다.
간 나오토 총리는 13일 피해 현장 수색과 복구를 위해 자위대 10만 명을 동원하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자위대에 식료품 수송명령이 하달된 것은 식료품 부족 사태가 부각된 16일이었다. 미국이 사건 초기에 사고수습 지원의사를 전했으나 일본 정부는 스스로 해결할 수 있다며 거부했는데, 이 또한 단견이었다. 사태 초기에 세계가 놀랄 만큼 차분히 대응했던 일본 국민이 정부의 갈팡질팡하는 대처에 인내심의 한계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미국은 원전사고 초기에 원자로 냉각기술을 지원하겠다고 제안했으나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이 거절해 위기상황을 키웠다고 일본 언론이 보도했다. 미국 뉴욕타임스지는 일본정부의 리더십 부재가 일본의 위기를 더욱 부추긴다며 일본의 리더십을 진공상태라고 지적했다. 명확하고 시의적절하며 국민을 안심시킬 수 있는 의사소통 리더십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간 총리는 17일 행정능력이 있는 센고쿠 요시토 민주당 대표대행(전 관방장관)을 한 계급 낮은 관방차관에 부랴부랴 기용해 사태 수습에 나서도록 했다. 후지이 히로히사 관방차관은 고령에다 건강이 나빠 물러났다. 평소에 적재적소() 인사를 하지 않으면 국가 비상시 등 특별한 상황이 벌어졌을 때 꼭 문제가 되곤 한다.
북한과 대치 중인 우리에겐 자연 재난보다 더 불안한 북한 도발이라는 위기 요인이 항상 도사리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북한의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도발 때 위기대응의 허점을 드러냈다. 내년의 차기 대선에서 국가적 재난과 안보 위기상황에 확실하게 대처할 수 있는 대통령을 뽑는 일은 국민의 책임이다. 일본의 불안한 국가 리더십을 보며 이명박 정부와 우리 국민이 타산지석()으로 삼을 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