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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강경식 회고록

Posted December. 15, 2010 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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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외환위기 때 경제 총수였던 강경식 전 부총리 겸 재정경제원 장관이 회고록 국가가 해야 할 일 하지 말아야 할 일(김영사 간행)을 펴냈다. 1961년 재무부 사무관으로 시작해 30여년을 공직에서 보낸 그는 이 책에서 정부 관리는 늘 왜 정부에서 해야 하는가라는 의문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한다. 시장에서 결정할 일은 시장에 맡겨야 한다는 의미다. 그는 가장 후회스러웠던 일로 1997년 적자 누적으로 부도 직전에 몰렸던 기아자동차를 곧바로 부도 처리하지 못했던 점을 꼽았다.

이 책에서 관심을 끄는 대목은 역시 외환위기 때의 상황이다. 그가 김영삼 당시 대통령에 보고해 국제통화기금(IMF)에 지원을 요청하기로 최종 결정한 게 1997년 11월 14일이었다. 이틀 뒤인 16일에는 강 전 부총리가 미셸 캉드쉬 IMF 총재를 만나 IMF에 300억 달러를 지원해달라고 요청하고 정식 발표는 19일로 잡았다. 그러나 그는 19일 오전 경질됐다. 후임 임창렬 전 부총리는 IMF 행()을 번복했다가 자체 외화조달에 실패하자 21일 IMF에 손을 내밀었다.

강 전 부총리는 약속 번복으로 IMF와 미국의 신뢰를 잃은 탓에 우리가 가혹한 IMF 구제금융 조건을 수용할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한다. 김인호 당시 경제수석비서관도 환란 주범은 누구인가라는 신문 기고에서 IMF와의 합의를 깨지 않고 구조조정 의지를 밝혔다면 긴축정책은 협상을 통해 거부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썼다. 두고두고 아쉬운 대목이다.

강 전 부총리는 자신과 김 전 수석이 김대중 정부 때 환란 주범으로 재판을 받은 것에 대해 마녀 사냥이라고 비판했다. 환란은 정부 정치인 경영인에게 모두 책임이 있다는 주장이다. 대법원은 2004년 관료의 정책 판단에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없다며 이들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외환위기 재판은 있었지만 백서는 아직껏 만들어지지 않았다. 미국은 몇 년에 걸쳐 911 보고서를 만들었고 태국은 외환위기에 이른 과정의 잘잘못을 가린 누쿨보고서를 냈다. 외환위기의 쓰라린 경험을 알려면 관련 인사들의 회고록과 국회의 보고서를 찾을 수밖에 없는 현실이 실망스럽다.

홍 권 희 논설위원 koni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