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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또 쏘나 치떨고 어떻게 살라고 탄식 (일)

북또 쏘나 치떨고 어떻게 살라고 탄식 (일)

Posted November. 29, 2010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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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피해 대피! 무조건 빨리 나가! 28일 오전 연평도에는 전시 상황을 떠올리게 하는 긴장감이 다시 흘렀다. 이날 서해 한미연합훈련이 시작된 가운데 북한의 방사포 발사 징후가 포착되면서 연평도 전역에 주민 대피령이 떨어진 것. 23일 북측의 포격 도발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는 주민들과 면사무소 직원은 물론 취재진과 자원봉사자들이 황급하게 근처 방공호로 대피하는 실제 상황이 벌어졌다. 40여 분 뒤 북한의 포격 훈련으로 밝혀져 대피령은 해제됐지만, 대피소 안에서는 진짜 또 포를 쏘는 것이냐며 팽팽한 긴장감이 흘렀다. 주민들 사이에서는 매일 대비하면서 어떻게 섬에서 지내냐는 탄식이 흘러나왔다.

무조건 도망쳐 다급했던 대피 상황

28일 오전 11시 20분 연평면사무소 1층에서 실제 상황, 실제 상황! 지금 당장 대피하라는 다급한 고함소리가 터져 나왔다. 해병대 연평부대에서 북 도발이 예상되니 주민을 대피시키라는 대피령을 긴급 발동한 것. 면사무소에 모여 있던 직원과 기자, 경찰 등 20여 명이 황급히 밖으로 뛰쳐나갔다. 2분 뒤 이들이 연평초등학교 내 방공호에 모일 때쯤 인천 소방안전본부는 마을 스피커로 북한 해안포 기지에서 화력 도발 징후가 보이니 주민 여러분께서는 해당 면사무소의 통제 지시에 따라주시기 바랍니다는 안내방송을 했다. 섬 전체를 뒤덮는 굉음의 사이렌 소리도 울렸다. 연평초교 내 방공호에는 5분도 지나지 않아 70여 명이 모였다.

방공호에 모인 주민들은 북측의 포격이 재연될 가능성에 치를 떨었다. 꽃게잡이 어민 박진구 씨(51)는 다른 일을 하느라 마을 방송을 듣지 못했는데, 이웃 주민이 피하라는 전화를 해서 그나마 대피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날 대피령은 대부분의 주민들이 육지에서 보낸 물건을 찾으러 나루터로 가던 중에 떨어졌다. 주민 박철훈 씨(56)는 나루터에서 아는 사람 마중 나갔다가 방송 듣고 죽기 살기로 대피소로 뛰었다며 스피커 상태가 좋지 못해 무슨 소리인지 알 수 없었지만 대피령일 것 같아 무조건 내달렸다고 말했다. 박 씨는 오늘 고비를 넘긴다면 다음 주쯤 어선을 띄울 수 있지 않겠느냐며 끝까지 연평도에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대피령은 오전 11시 57분에 해제됐다.

하지만 연평도 전역에는 통행금지령이 내려진 상태다. 해병대 연평부대는 낮 12시 3분경 현재 연평도는 통합방위 을종 선포 지역이므로 통제에 협조해 달라며 가급적 통행을 삼가 달라. 파편 및 포탄 잔해를 발견했을 때는 군 작전본부로 즉각 알려 달라는 방송을 내보냈다. 해병대 연평부대는 23일 포격으로 무너진 군 통신선을 복구하고 K-9 자주포에 포탄을 공급해 주는 K-10 탄약보급 장갑차를 배치하는 등 하루 종일 긴장된 분위기 속에서 북한의 도발에 대비했다.

피란민 TV 보다 또 포탄인가 탄식

연평도에 긴급 대피령이 내려졌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인천 중구 신흥동의 연평도 피란민 임시 숙소인 인스파월드에도 긴장감이 흘렀다. 북한의 추가 도발을 우려해 연평도를 떠난 피란민 900여 명은 이 건물 2층 휴게공간에 설치된 TV 앞에 삼삼오오 모여 연평도 상황에 귀를 기울였다.

피란민 강유선 씨(67여)는 남편이 오늘 오전 여객선을 타고 연평도에 들어갔는데 북한이 또 도발하면 어떡하느냐며 가슴을 졸였다. 피란민 박춘옥 씨(46여)는 연평도에서 군무원으로 근무하고 있는 남편이 걱정돼 가슴이 철렁했다며 신경을 곤두세웠다.

대피령이 해제되자 피란민들은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안도했다. 한 주민은 북한의 도발로 끔찍한 공포를 체험한 피란민 대부분이 삶의 터전이었던 연평도로 돌아가는 것을 체념할 정도로 지쳤다며 정부가 피란민 이주 문제를 포함한 근본적인 대책을 빨리 마련해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백령도와 대청도 등 다른 서해 5도에서도 만약의 사태에 대비한 준비에 들어갔다. 10월말 현재 주민등록상 백령도에는 5078명, 대청도 1270명, 소청도 282명이 각각 거주하고 있다. 백령면과 대청면 사무소 등은 군부대와 협의해 70여 곳의 대피소에 담요와 비상식량을 비치했으며, 백령병원과 각 섬의 보건소들도 전 의료진이 비상근무에 들어갔다.



박재명 황금천 jmpark@donga.com kchw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