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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원금? 노 생큐 법안 발의? 쏘리 (일)

Posted November. 16, 2010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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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례1

최근 국회 국토해양위원회 소속 한나라당 A 의원실로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A 의원과 고향이 같은 국토해양부 산하 공기업 간부였다. 이 간부는 의원실 보좌관에게 우리 사무실 직원들이 연말에 의원님에게 후원금을 보내기로 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보좌관은 아니, 요즘 신문도 보지 않느냐고 호통을 치며 전화를 끊었다. 전국청원경찰친목협의회(청목회) 검찰 수사를 염두에 둔 얘기였다. 예년 같으면 그저 감사하다. 의원에게 말씀 전하겠다고 하면 될 일이지만 최근 분위기에선 엄두가 나지 않았다고 한다. 이 보좌관은 평소 의원과 동향이라 잘 알던 간부인데도 덜컥 겁부터 나더라며 괜히 누가 될까 봐 의원에게는 보고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 사례2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소속 한나라당의 B 의원은 지난주 초 대학의 시간강사를 교원으로 인정하는 내용의 고등교육법 개정안을 마련했으나 일주일이나 지난 15일에야 법안을 발의할 수 있었다. 법안 발의를 위해서는 본인을 포함해 국회의원 10명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하는데 누구도 선뜻 법안에 서명해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B 의원의 보좌관은 시간강사 문제는 이명박 대통령도 큰 관심을 갖고 있어 여당 의원들이 흔쾌히 법안 발의에 참여할 줄 알았는데 뜻밖이었다며 보통 2030명의 서명을 받아 법안을 발의하는데 일주일 내내 10명의 동의도 받기 힘들었다고 말했다. 또 이 보좌관은 법안을 내놓으니 혹시 시간강사들에게 후원금을 받은 것 아니냐는 농담 아닌 농담을 하더라며 씁쓸해했다.

여의도의 지형이 바뀌고 있다.

검찰의 청목회 입법로비 의혹 수사가 여야 국회의원을 정조준하면서 서울 여의도 국회 주변에선 이 같은 말이 나돌고 있다. 후원금은 얼어붙고 법안 발의조차 서로 눈치를 살피게 됐다는 얘기다.

10만 원 정도의 소액후원금은 주로 10월 말부터 12월 초에 여야 의원실에 몰려든다. 특히 이 시기 소액후원자의 상당수가 의원들이 속한 상임위 소관 기관의 직원이라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현행 정치자금법에서는 법인이나 단체 명의의 후원을 금지하고 있지만 피감기관 처지에선 보험을 들지 않을 수 없어 직원들을 동원해 법망을 피해가고 있는 것이다. 10만 원까지는 연말 소득공제 때 전액 환급을 해주기 때문에 직원들로서도 부담이 없다.

하지만 청목회 수사로 이 같은 관행은 깨지는 분위기다. 보험성과 대가성의 경계가 모호한 데다 사정의 눈길을 의식해 순수 후원금까지 꺼리는 경향도 있기 때문이다.

정무위 소속 민주당 C 의원실 보좌관은 연말이면 금융노조나 개별 은행노조에서 알아서 정무위원들에게 소액 후원금을 넣어줬다며 하지만 청목회 수사로 서로 조심하면서 후원금 한파가 불어 닥치고 있다고 말했다. 같은 당의 국토위 소속 D 의원은 연말에 의정보고서를 제작해 발송하려면 최소 3000만 원이 드는데 이젠 사비를 털어 쓰거나 일부는 빚을 져야 할 형편이라고 털어놨다.

청목회 수사가 청원경찰법 개정안 발의에 참여한 의원들을 상대로 이뤄지면서 의원들은 법안 발의에 참여하는 것조차 눈치를 살피는 분위기다. 한나라당의 E 의원실 관계자는 최근 안상수 대표가 마련한 고등교육법 개정안에 서명 요청이 왔는데 정중히 거절했다며 대표가 발의한 법안이니 웬만하면 서명해야 하지만 이조차도 부담이 되더라고 말했다.



이재명 류원식 egija@donga.com rew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