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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은, 이번엔 주주 돈 횡령 의혹

Posted October. 11, 2010 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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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금융 사태가 최고경영진 간의 고소고발 사건을 넘어 신한은행의 전현직 임직원을 상대로 주주 고객의 돈을 빼돌렸다고 주장하는 일부 재일교포 창업 주주들의 법정 다툼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검찰과 금융당국은 창업 주주들의 주장이 신한은행의 차명계좌와 연관이 있는지 면밀히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 11일 금융위원회 등 금융당국에 대한 국회 국정감사를 앞두고 관련 민원이 민주당 측에 접수돼 정치 쟁점으로까지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신한은행은 교포 주주들의 재산 관리에 대해선 극도로 말을 아껴왔으나 신한금융 사태를 계기로 판도라의 상자가 열릴지 금융권 관심이 쏠리고 있다.

죽은 주주를 둘러싼 수상한 자금 거래

1982년 신한은행을 창립할 당시 주주로 참여한 431명 중 한 명인 배홍도 씨의 유족은 최근 동아일보 기자를 만나 신한은행 등을 상대로 곧 예금반환 청구소송을 제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라응찬 신한금융그룹 회장이 은행장 재직 시절 비서실장을 지냈던 A 씨가 인감을 도용해 예금을 인출하거나 유족 명의의 차명계좌를 개설한 뒤 아버지(배 씨)의 국내 재산을 횡령했다고 주장했다. 유족은 2004년부터 A 씨를 상대로 2건의 형사소송을 제기해 패소했으나 이 중 한 건은 다시 수사하라는 서울고검의 명령에 따라 현재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가 재수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유족이 증거로 제시한 거래 전표에 따르면 배 씨는 2000년 10월 30일 신한은행에서 3억5900만 원, 신한증권(현 신한금융투자)에서 11억2330만 원을 인출했다. 그러나 배 씨는 이틀 전인 같은 해 10월 28일 간암으로 사망했다. 이미 숨진 사람이 자신의 도장을 찍고 예금을 인출하는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는 것이다. 유족은 또 A 씨가 배 씨의 부인 명의로 신한은행에 차명계좌를 개설한 뒤 해지하는 방식으로 9억 원을 가로챘다고 주장했다.

신한은행은 이에 대해 A 씨가 1999년 퇴사했기 때문에 당시 거래는 강 씨와 배 씨 유족 사이의 문제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본보 취재 결과 신한은행 비서실은 배 씨가 숨진 뒤 7년이 지날 때까지 관련 재산관리 원장을 작성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A 씨가 배 씨와 유족의 재산을 차명 거래하는 과정에서 은행의 법인계좌를 이용했다는 점도 검찰 수사에서 밝혀질 대목으로 지적되고 있다. A 씨의 해명을 듣기 위해 본보는 10여 차례 휴대전화 통화를 시도했으나 연락이 닿질 않았다.

비정상적 거래 행태 밝혀질까

신한은행이 교포 주주의 재산 관리를 놓고 갈등을 빚은 사례는 이뿐만이 아니다. 창업 주주였던 박환일 씨도 신한은행 비서실이 차명거래를 통해 자신의 재산을 횡령했다며 현재 일본에서 신한은행을 상대로 예금반환 소송을 벌이고 있다. 박 씨도 A 씨를 포함해 신한은행 비서실 및 도쿄지점 관계자들이 자신의 명의를 도용해 60여 개의 계좌를 개설한 뒤 이를 횡령에 사용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은행 측은 박 씨의 주장이 허구라는 사실을 입증할 증거를 모두 가지고 있다며 작년에 무고죄로 고발할 계획이었으나 본인이 국내 소송을 자진 취하하면서 접어둔 사안이라고 반박했다.

금융권은 이런 의혹의 원인으로 은행과 교포 주주 간의 비정상적인 거래 행태를 꼽고 있다. 은행이라는 법인이 교포 재산을 관리해야 하지만 은행 관계자와의 친소관계에 따라 은행 내부의 개인이 관리하는 방식으로 변질되면서 의혹이 계속해서 불거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금감원은 11월 신한금융지주와 신한은행에 대한 정기검사에서 교포 주주들의 재산 관리에 대해 집중 조사할 방침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최근 신한금융 사태를 통해 불거진 의혹들은 상당 부분 신한은행 비서실이 연관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 문제에 대해 철저히 확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병기 차지완 weappon@donga.com ch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