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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여자교도소서 10년째 복역 정미순 씨 (일)

청주여자교도소서 10년째 복역 정미순 씨 (일)

Posted September. 20, 2010 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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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나 왔어. 잘 지냈어?

17일 오전 10시 충북 청주시 흥덕구 청주여자교도소 안에 있는 가족 만남의 집. 10년째 수감생활을 하고 있는 정미순(가명53여) 씨는 자신을 만나러 온 딸 박지영(가명28) 씨와 아들 박준석(가명25) 씨를 끌어안고 눈시울을 붉혔다. 정 씨는 자신이 집을 비운 긴 시간 곧게 자란 딸과 아들의 얼굴을 몇 번이고 어루만지며 감격했다. 주위에 있던 교도관들에게는 거듭 만나게 해주셔서 고맙다는 인사를 전했다. 하루가 지나면 다시 헤어져야 하는 짧은 만남이지만 정 씨의 얼굴엔 행복한 미소가 가득했다.

정 씨가 살인 혐의로 체포된 것은 2000년 5월. 남편의 잦은 음주와 폭행, 경제적 무능력, 빚보증에 의한 경제적 피해 등을 참아오던 정 씨는 무속인 이 모 씨와 짜고 남편을 살해한 뒤 1억5000만 원의 보험금을 타낸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정 씨는 1, 2심에서 남편을 죽이지 않았다고 주장했지만 보험금의 일부를 이 씨에게 건네준 사실 등이 인정돼 대법원에서 징역 15년이 확정됐다. 당시 고교를 갓 졸업한 딸과 중학생이던 아들은 외조부모의 손에 자라났다. 딸은 명문대를 나와 한 기업에 취업했고 아들도 군복무를 마치고 대학에 복학했다. 딸 박 씨는 왕복 56시간 걸리는 교도소에 매달 면회를 신청해 어머니를 만나고 갔다. 정 씨도 죄를 뉘우치고 영화 하모니로 유명해진 청주여자교도소 합창단원으로 활동하는 등 모범수 생활을 하고 있다.

이번 만남은 2일 첫 전파를 탄 라디오교화방송에 일일 DJ로 참석한 이귀남 법무부 장관의 특별지시로 이뤄졌다. 라디오교화방송은 수형자의 안정된 수감생활을 돕기 위해 월금요일 낮 12시부터 오후 1시까지 가족들의 사연과 안부인사 등을 전하는 라디오프로그램. 이 장관은 이 프로그램에 출연해 딸 박 씨의 음성편지를 직접 소개했고 즉석에서 모녀 간의 통화를 주선했다.

그래도 엄마 딸이라는 사실이 행복하다는 딸 박 씨의 사연을 접한 이 장관은 이들 가족이 17일 오전 10시18일 오전 10시 가족 만남의 집에서 함께 머물 수 있는 기회를 줬다. 이 시설은 각 교도소 영내에 모범 수형자들이 편하게 가족을 만날 수 있도록 꾸며놓은 곳으로 정 씨 가족은 하루 동안 음식을 만들어 먹고 한자리에 누워 얘기를 나눴다. 정 씨 가족이 철창을 사이에 두지 않고 만난 것은 이번이 세 번째. 지난해 5월 가족 만남의 집에서, 올해 6월 정 씨의 귀휴(복역 중인 사람이 일정 기간 휴가를 얻는 일) 신청이 받아들여져 가족이 모인 것이 전부다.

법무부는 1330일을 추석맞이 교정시설 교화행사 기간으로 정하고 가족 만남의 집에서 수형자 97명과 가족 238명이 1박 2일을 함께 보내도록 했다. 또 수형자 2037명과 가족 5820명이 자유롭게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추석인 22일 아침에는 수형자 2409명이 함께 차례를 지낼 수 있게 준비할 예정이라고 19일 밝혔다.



최창봉 cer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