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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업계도금칙어해제 (일)

Posted August. 31, 2010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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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인 홍석천 씨가 2000년 9월 커밍아웃을 선언한 지 올해로 10년이 됐다. 지금도 동성애자에 대한 거부감이 남아있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지만 적어도 온라인에서는 이들에 대한 차별이 크게 개선된 것으로 나타난다. 실제로 게임에서 쓸 수 없었던 게이와 레즈비언 등 동성애 관련 단어가 올해부터 금칙어 대상에서 모두 풀렸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작성, 배포하는 게임언어 건전화 지침서에서 게이 등 동성애 관련 차별을 낳을 수 있는 어휘가 금칙어 목록에서 삭제된 것. 하지만 오프라인, 즉 일상생활에서는 동성애가 많은 부분에서 껄끄러운 대상으로 남아있는 것이 사실이다.

자유로운 온라인 세상 속 동성애

진흥원은 게임의 주 이용층인 청소년 교육 차원에서 2008년부터 국립국어원과 공동으로 게임언어 건전화 지침서를 발간해 매년 초 게임업계에 배포하고 있다. 게임 중 채팅이나 검색을 할 때 금칙어로 선정된 단어를 사용할 경우 입력 자체가 되지 않거나 금칙어만 자동으로 삭제된 뒤 화면에 입력된다.

지난해 1월 처음 배포된 지침서는 금칙어로 욕설과 비속어, 성행위 관련 단어 등과 더불어 게이와 레즈비언 등 동성애자를 지칭하는 단어도 넣어 동성애자 차별 논란이 일었다. 당시 동성애자 인권 관련 단체들은 게이나 레즈비언이 동성애자를 비하하는 표현이 아닌데도 게임에서 이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은 성적 소수자에 대한 차별이라고 주장했다. 진흥원은 이 같은 지적을 받아들여 지난해 말 금칙어 선정 기준을 보완했고, 이 과정에서 게이와 레즈비언, 호모 등을 포함한 820개 항목을 삭제했다. 진흥원 측은 금칙어 목록을 재검토한 결과 동성애 관련 어휘들은 그 자체가 부정적 가치를 내포하지 않은 가치중립적 표현이라고 판단해 전부 삭제했다고 설명했다.

지나친 방임이라는 지적도

동성애 이슈는 네이버와 네이트 등 국내 주요 인터넷 포털에서도 자유롭게 검색할 수 있다. 네이버 관계자는 동성애와 관련해 심각한 사회 문제가 제기되지 않는 이상 금칙어로 설정하지 않는다는 것이 내부 방침이라며 다만 레즈비언이나 게이 등의 단어를 성인 키워드와 묶어 검색할 경우 제한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검색이 가능한 대표 동성애자 전용 웹사이트는 총 10여 곳에 이른다. 일부 사이트는 회원 수가 3만5000여 명에 이를 정도로 성업 중이다. 사이트에 접속하면 지역별 동성애자들과 자유롭게 채팅할 수 있는 데다 동성애자들이 주로 모이는 휴게텔과 DVD방, 술집 등 이반 업소를 지도 형태로 공유할 수 있다. 이반은 동성애자들이 스스로를 지칭하는 표현으로 일반과는 구별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하지만 온라인의 허술한 규제를 틈타 일부 사이트는 접속 연령 제한을 하지 않은 채 자극적인 이미지를 올려놓는 등 부작용도 생기고 있다. 사이트 초기 화면에 성행위를 연상시키는 사진이 올라와 있는 사례도 있었고 몇 번의 클릭만으로 남성 성기 사진 및 동성 간의 성행위 장면 등을 찾을 수 있었다. 최근 커밍아웃한 김모 씨(28)는 요즘에는 동성애 관련 정보를 검색만 하면 쉽게 찾을 수 있지만 일부 사이트는 성적인 사진이나 동영상이 많아 동성애에 대한 잘못된 정보나 반감을 줄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오프라인에선 동성애에 싸늘

오프라인에서 동성애를 바라보는 눈길은 여전히 따갑다. 동성애를 그린 왕자웨이 감독의 1997년 작품인 해피투게더는 한국에서 심의에 걸려 1차 수입이 불허된 뒤 1년 뒤인 1998년 가위질을 한 끝에 뒤늦게 개봉했다. 지난해 게이 청년들 간의 로맨스를 그린 한국 영화 친구사이는 예고편이 영상물등급위원회 심의에서 유해성 있음으로 판정받는 등 개봉에 상당한 우여곡절이 있었다. 동성애에 대한 시선이 달라지지 않았다는 얘기다. 최근 인기리에 방영 중인 SBS 드라마 인생은 아름다워 속 주인공인 동성애 커플 역시 한국교회언론회 등 보수 기독교 단체들의 시청거부 운동에 부딪혔다.



김지현 박재명 jhk85@donga.com jm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