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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도라의 계좌? 여야 특검 대결 (일)

Posted August. 21, 2010 0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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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오 경찰청장 내정자의 실언 파문으로 불거진 노무현 전 대통령의 차명계좌 존재 논란이 청문회 정국의 핵으로 부상하면서 여야 간 공방이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한나라당은 이번 논란을 진실게임으로 몰고 가려는 태세고 민주당은 청문회 물 타기라며 반발하는 형국이다.

민주당의 조 내정자 내정 철회와 파면 요구로 수세에 몰리던 한나라당은 특별검사 카드로 오히려 공세에 나섰다. 한나라당은 판도라의 상자가 열릴 수도 있을 것이라며 민주당을 압박하고 있다.

공세의 선봉에는 한나라당 홍준표 최고위원이 섰다. 홍 최고위원은 16일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를 만나 노 전 대통령의 차명계좌 존재 논란과 관련해 특검을 제안한데 이어 19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공식적으로 특검 카드를 꺼내들었다. 그는 20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도 민주당에서 망자에 대한 특검이라 안된다고 하는데 이 특검은 역사적 진실을 밝히자는 것이라며 재차 특검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차명계좌가 존재한다면 차명계좌에 들어온 돈을 준 사람이 있을 테고 그건 뇌물 공여에 해당한다며 망자에 대해 특검을 하는 게 아니라 돈을 준 살아있는 사람을 상대로 특검을 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 사건 때 포괄적 뇌물 판례가 만들어졌다며 대통령한테 바치는 돈은 모두 포괄적 뇌물죄의 적용을 받는다고 덧붙였다.

역사적 진실 규명 차원에서 특검을 하자는 주장은 한나라당 내에서 점점 공감대를 넓혀가고 있다. 같은 당 전여옥 의원은 이날 불교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차명계좌 존재 논란은 차명계좌가)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다. 단순한 문제인데 이걸 덮고 (조 내정자의) 해명을 듣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며 특검 주장에 힘을 실었다. 이에 앞서 나경원 정두언 최고위원도 특검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을 나타냈다.

한나라당 안상수 대표는 이날 동아일보와 통화에서 일단 23일 조 내정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지켜본 뒤 필요하면 지도부 차원에서 특검 요구에 대해 다시 논의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의 반격도 거세다. 박 원내대표는 이날 확대간부회의에서 준비된 인사청문회에 덫을 걸려는 작태라며 잠자는 사자의 꼬리를 밟지 말라고 말했다. 이어 박 원내대표는 있지도 않은 차명계좌를 있는 것처럼 호도하고 특검 운운하는 것은 각종 의혹이 제기된 청문회 대상들을 보호하기 위해 물 타기를 하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차명계좌 존재 여부를 확인해보겠다는 검찰 태도와 관련해 그는 검찰이 과거 김대중 전 대통령의 양도성예금증서(CD) 100억 원 비자금설 등에 대한 고소 건 수사와는 달리 이번에 전광석화처럼 수사에 나서겠다고 밝히며 마치 뭔가 있는 듯이 행동하는 것은 노 전 대통령을 부관참시하겠다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재명 조수진 egija@donga.com jin0619@donga.com